휴대폰 저장장치와 클라우드에 기억을 ‘외주’ 맡기는 시대다. 예쁜 풍경, 좋아하는 가수가 콘서트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 아이들의 재롱까지 모두 사진과 동영상 데이터로 바뀌어 저장된다. 하지만 다시 잘 들춰보지도 않는 그 장면들이 정말 온전한 내 기억일까. 미디어아트 작가인 이예승(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은 서울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다락: 기억·구름·신기루’를 통해 이런 생각을 일깨운다.전시장 입구에는 색색의 실이 놓였다. 관객은 그중 한 가닥을 잘라 손에 쥐고 안으로 들어선다. 시골집 천장 밑의 어두운 다락을 재현한 공간이 펼쳐진다. 우연히 다락에 발을 들였을 때의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 설렘이 뒤섞인 복잡한 그 느낌. 어두운 공간에서 낯선 물건들이 불러일으키는 감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 작가에게 ‘다락’은 이처럼 잊었던 기분과 감각,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이다.다락에 쌓인 기억은 저장장치나 서버의 클라우드 속 데이터와는 다르다. 모습이 명백한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존재감조차 희미하다. 하지만 그곳에 얽힌 기억은 분명 실제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사실을 체험시키기 위해 전시장에 할머니 댁의 다락방을 재현해 뒀다. 그래서 전시장 한쪽 벽 뒤 수납장에는 작가의 할머니가 쓰던 자수 틀, 지붕 위에 내려앉아 지저귀던 새들의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AI 생성 이미지, 작가가 언젠가 시골집에서 만졌던 닭벼슬의 낯설고도 놀라운 감촉을 떠올리게 하는 3D 프린팅 조각 같은 것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관객은 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살펴볼 수 있다. 바닥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커
토니상 6관왕을 거머쥐며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30일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린다.제작사 NHN링크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이날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을 올린다고 밝혔다.'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반딧불이, 종이컵 전화기와 같은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과 서정적인 멜로디의 노래가 작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공연계에서 '윌휴 콤비'로 잘 알려진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대표작이다. 2016년 초연 이후 지난해 5번째 시즌까지 매 시즌 평균 관객 평점 9.8점, 유료 객석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지 1년도 안 된 지난 6월에는 토니상 작품상과 극본상, 작곡·작사상, 연출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관왕을 석권하며 K뮤지컬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올해는 기존 350석에서 550석으로 극장 규모가 커지며 두 로봇의 공간이 더 섬세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손지은 연출은 "더 넓어진 무대에 새로운 시선과 해석을 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출연진도 화려하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김재범, 클레어 역 전미도와 최수진, 제임스 역 고훈정이 특별 출연을 확정했다. 2018년 재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전성우와 클레어 역 박지연, 2021년 사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신성민, 2024년 오연에 출연한 클레어 역 박진주와 제임
태양의 서커스 '쿠자(KOOZA)'가 7년 만에 서울을 찾았다.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빅탑(Big Top)과 거대한 '쿠자'의 조형물이 공연의 서막을 알렸다. 쿠자는 2007년 초연 이후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 관람한 태양의 서커스 대표작이다. 고가의 티켓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검증된 작품으로 통한다. 2018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서울 공연만으로 총매출 258억원, 관객 20만5000명을 동원하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9일 공연이 한창인 잠실 빅탑을 찾았다. 평일 저녁임에도 객석은 빈틈없이 들어찼고, 공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열기가 공연장을 채웠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집대성태양의 서커스는 길거리 서커스단의 위상을 글로벌 투어 브랜드로 격상시킨 '현대 서커스'의 상징이다. 캐나다 퀘벡의 길거리 공연단 '하이 힐스 클럽(High Heels Club)'이 전신으로 1984년 공식 출범했다. 동물을 동원하지 않고, 서사를 도입하고, 라이브 음악과 무대미술을 결합해 전통 서커스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 40여 년간 전 세계 86개국, 4억 명 이상의 관객과 만났다. 태양의 서커스의 20번째 작품인 쿠자는 가장 대담한 공연으로 꼽힌다. 고난도의 곡예, 생생한 라이브 뮤직, 탄탄한 서사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라이브 공연 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이날 공연은 서커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대중 공연예술로 확장시킨, 태양의 서커스의 저력을 실감케한 무대였다. 언어의 비중이 높지 않은 시각 중심의 퍼포먼스는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글로벌 콘텐츠로 사업성을 입증했다. 쿠자는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객석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