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로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보건복지부와 일선 보건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실손보험료가 올 들어서만 평균 14% 오르는 등 애꿎은 보험 가입자들의 부담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 사기 신고 급증했지만…1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상위 4개 사의 실손보험 사기 보건소 신고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492건(11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131건)의 네 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비를 의도적으로 과잉 청구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으면서 주요 보험사마다 보건소 신고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이 같은 행태를 단속해야 할 보건소 등은 현장 조사를 미루거나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단순 경고로 마무리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4대 손보사의 보건소 신고 사후처리 결과 통계에 따르면 벌금이나 과태료 이상 처벌을 받은 건수는 단 21건으로 전체(631건)의 3.3%에 불과했다.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가 479건으로 전체의 75.9%에 달했고, 단순 경고로 끝난 사례도 20.7%(131건)나 됐다.실제 한 보험사가 도수치료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한 병원을 신고했지만 관할 보건소 측에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민원을 종결 처리했다. 홈페이지에 비급여 비용을 고시하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한 병원에 대해서도 보건소 측은 “행정 지도를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여전히 홈페이지엔 관련 내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위법 혐의가 명백한데도 보건소가 오히려 병의원 측을 편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안과 병원은 백내장 수술을 한 뒤 이미 건보 급여에 포함된 인공수정체 비용을 실손보험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료비를 부풀리다 적발됐다. 그러나 보험사의 신고를 받은 보건소 측은 “급여 심사와 관련된 내용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 질의하라”고 답변했다. 정작 심평원 측에선 “인공수정체 비용은 실손보험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맞으나 지도 감독은 보건소 소관”이라고 다시 공을 넘겼고 이후 보건소 측은 “해당 병원이 건보에는 제대로 청구했다”며 “해당 내용은 (병원 측 주장대로) 영수증 발급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냈다. 선량한 가입자만 손해보건소와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소극 행정 탓에 실손보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7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실손보험 적자(위험보험료-발생손해액)는 2019년 2조5000억원에 육박했으며 지난해에도 3분기 누적으로만 2조원에 달했다.이 같은 피해는 결국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몫이다. 올 들어 실손보험료는 평균 14.2% 인상됐다. 1세대(2009년 9월까지 가입)와 2세대(2009년 10월~2017년 3월) 실손보험의 인상률은 16%로, 이들 상품은 4년 연속 보험료가 평균 9.9% 이상 올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이대로 가다간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만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기업은행이 다섯 번째 창업육성플랫폼인 ‘IBK창공 대전’을 오픈했다.IBK기업은행(은행장 윤종원)이 대전광역시 유성구 엑스포타워에 ‘IBK창공 대전 ’을 개소했다고 11일 밝혔다.IBK창공은 창업기업이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투·융자 금융서비스와 멘토링·컨설팅, IR, 판로개척 등 비금융서비스를 지원하는 창업육성플랫폼이다.기업은행은 개소식에 앞서 IBK창공 대전 혁신 창업기업 25개社를 최종 선발했다. 선발 기업은 의료기기, 바이오 치료제 등 건강‧진단(36%)분야와 신사업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인증 서비스 등 지식서비스(16%) 분야가 주를 이뤘다. 진단평가를 통한 기업분석으로 기술 수준 및 투자유치 단계를 파악한 후 맞춤형 솔루션을 지원하게 된다.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연구기관, 대학, 기업, 우수 인재들이 모여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 기술기반 혁신기업을 적극 지원하고자 창공 개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IBK창공 대전’ 혁신 창업기업 성장지원에는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함께 참여한다. 양 기관은 창업 육성 공간을 공동 운영하기 위해 2020년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두 기관은 사무공간, 투자유치를 위한 데모데이, 국내외 판로개척 등의 지원을 함께할 예정이며, 기업은행은 대덕연구단지 內 기술기반 창업기업 스케일업을 위해 매년 2000억원씩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의 금융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한편, 대전 창공 개소식에는 IBK창공 대전 1기 혁신 창업기업 대표자 25명과 함께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고승범 금융위원장, 허태정 대전시장, 강병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기업은행은 개소식 행사에서 KDB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함께 지역창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기업은행이 출자한 100억원을 포함한 총 300억원 규모의 ‘지역 혁신 창업 펀드’를 조성해 우수한 인재들이 지역에서 더 많은 창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앞으로도 모험자본 전문은행으로서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리기 위해 금년까지 모험자본 1.5조원을 공급하고 500개의 창공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月) 배당, 일본의 취득세 감면처럼 한국 정부도 상장 리츠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정병윤 한국리츠협회장은 10일 기자와 만나 “한국의 리츠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내 리츠가 작년 총자산(AUM) 70조원을 돌파했지만, 국민 노후를 대비한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잡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한국에서 2001년 시작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2018년 정부의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상장 리츠가 급증한 덕분이다.하지만 상장된 리츠의 시가총액은 2021년 12월 말 현재 18개사 7조원 안팎으로 미국의 150분의 1에 그친다. 유럽상장부동산협회(EPRA)에 따르면 세계 최대인 미국의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2020년 기준 1조2060억달러(약 1420조원)에 달한다. 일본(1402억달러)을 비롯해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호주(1073억달러)나 영국(832억달러) 등은 물론 인구가 적은 싱가포르(752억달러)보다 시장이 작다.금융투자업계에선 국민의 노후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배당을 더 쉽게, 자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6개월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리츠 운용사들은 매번 결산하고 주주총회 의결을 받는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적·시간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처럼 매달 배당을 하려면 매월 주총을 열어야 한다. 정 회장은 “월 배당을 쉽게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고령화사회에 더 많은 개인투자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과감한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투자받은 돈으로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개발형’ 리츠의 상장 문턱을 다시 낮춰 상품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장 리츠는 부동산 시장에서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며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태호/윤아영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