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공포의 무한 반복…'투기의 세계사'
상품 선물 거래의 역사는 기원전 4000년 수메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메르인들은 염소 같은 동물을 인도할 수량·날짜·시간을 적은 점토 증표로 선물 계약을 맺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리브 인도권이, 고대 로마에서는 밀이 선물 거래 형식으로 거래됐다.

로마 상인들은 예기치 못한 곡물 가격 상승에 대비해 헤지(위험회피)를 걸기도 했다.

신간 '42가지 사건으로 보는 투기의 세계사'(웅진지식하우스)는 역사에 기록된 상품시장 투자자들의 흥망을 통해 탐욕과 공포, 버블과 폭락의 반복이 사실상 인류와 함께 해왔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장붕괴 사건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이다.

당시 튤립은 사치품이자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튤립에 대한 맹목적 탐욕은 부유한 상인 계층에서 평범한 노동자들에게까지 퍼졌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땅속의 구근까지 거래됐다.

튤립 가격은 1634년부터 3년간 50배 뛰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폭락은 더 가팔랐다.

1637년 2월 튤립 가격은 암스테르담의 집 한 채와 맞먹었지만, 갑자기 모든 시장 참가자가 매도에 나서면서 거래가 정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튤립 가격은 95%나 떨어졌다.

탐욕과 공포의 무한 반복…'투기의 세계사'
감정 대신 냉철한 분석을 무기로 삼는 전문 투자자들도 예측에서 벗어난 상품가격 급락으로 종종 시장에서 사라진다.

1990년대 일본인 트레이더 하마나카 야스오의 구리 선물 투자는 사상 최악의 손실을 낸 금융사기로 기록돼 있다.

그는 중국의 산업화로 구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고 보고 가격 상승에 베팅했다.

그러나 구리 가격은 중국의 시장 압박으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는 회사 서류를 위조해 투자액을 늘렸다.

그러다 상황이 악화하자 손실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입은 손해는 26억 달러였다.

21세기 들어 국제 정세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물론 기후가 상품 가격을 움직이는 사례가 잦아졌다.

2010년 파키스탄·인도 등 면화 생산국에 홍수 피해가 나자 면화 가격이 2년 만에 5배 폭등했다.

강력해진 허리케인은 원유와 천연가스는 물론 오렌지주스 가격까지 끌어올린다.

상품시장의 급등락은 운명적으로 반복된다.

거품의 끝자락에서 자신만은 빠져나올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과 탐욕이 투자자들을 시장으로 이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발을 담근 상태에서는 버블을 포착할 수도, 버블이 터지는 시기를 알아차릴 수도 없다.

이런 일은 과거를 되돌아볼 때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네덜란드 튤립 가격이 고점을 찍고 거래가 정지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이틀이었다.

토르스텐 데닌 지음. 이미정 옮김. 36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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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