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속 일정 연기…작년에는 3월 중순에 진행 지난해 여름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던 '버터'(Butter)가 높고 단단한 벽 '그래미'도 녹여버릴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올해 그래미 시상식이 연기된 가운데, 후보에 오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의 영광을 안을지 관심이 크다.
9일 가요계에 따르면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5일(현지시간) 그래미 수상자 결정을 위한 최종 라운드 투표를 종료했다.
투표는 지난해 부문별 후보자가 발표된 이후인 12월 6일부터 약 한 달간 이뤄졌다.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은 최대 10개 카테고리를 선택해 후보자를 확인하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BTS가 후보로 지명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은 4대 본상으로 불리는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는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를 두고 겨루는 후보를 보면 도자 캣,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저스틴 비버·베니 블랑코, 콜드플레이 등 모두 내로라하는 세계적 팝스타들이다.
BTS는 지난해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s) 곡을 함께 불러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정상에 올랐던 콜드플레이와도 이번에는 경쟁 상대가 됐다.
BTS의 달라진 위상, 팝 시장에서 거둔 성과 등을 생각하면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BTS는 지난해 3월 열린 시상식에서 한국 대중가수로는 처음으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 문턱은 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부문 후보에 올랐던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비교하면 '버터'가 거둔 성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버터'는 빌보드의 '핫 100'에서 통산 10주간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는데 빌보드 역사에서 10주 이상 1위를 차지한 곡은 '버터'를 비롯해 40곡뿐이다.
그래미와 함께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의 영광을 안은 점 또한 BTS엔 유리한 요소다.
만약 올해 그래미 수상에 성공하면 K팝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모두 석권하는 새 기록을 쓰게 된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BTS는 그래미 수상을 목표로 모든 활동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본상 후보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팝 부문에서 수상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그래미가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처음 BTS가 후보에 올랐을 때도 '1년 정도 묵혔다 상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며 수상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른 시상식보다 음악성과 작품성에 더 집중하는 그래미의 '특징'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더라도 주류 음악 시장이나 평단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무관'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한 표를 행사하는 각 회원의 투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BTS 외에 국내 아티스트로는 이스케이프 드림(3SCAPE DRM)이 유명 DJ 제드와 그리프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리믹스로 '베스트 리믹스드 레코딩'(Best Remixed Recording) 부문 수상을 노린다.
그래미 시상식이 언제 열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당초 레코딩 아카데미 측은 이달 31일, 한국 시각으로는 설날 당일인 2월 1일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옛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시상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를 연기했다.
그래미 시상식은 작년에도 코로나19 사태로 1월 31일에서 3월 14일로 한 달 보름 정도 연기된 바 있다.
애초 BTS는 이달 하순께 시상식 참석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계획이었지만, 시상식이 전격 연기되면서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멤버들은 장기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