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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따라 멋따라] 이런 축제라면 '밤드리 노니다가'…익산 서동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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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이후 석달간 조형물 존치, 꾸준히 시민 발길 이어져

    여행·레저를 다루는 직업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축제장을 방문할 기회가 많다.

    다만 솔직하게 말하면 사람 많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체질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라, 사람 많은 곳은 더욱 꺼리게 됐다.

    그러나 최근 취재차 전북 익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축제에 대한 고정관념이 살짝 깨졌다.

    시끄럽지도, 사람이 붐비지도 않는 흥미로운 축제를 만난 것이다.

    금마면 한 식당을 들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식당을 나서다가 주인으로부터 "이 옆 서동공원 축제장을 꼭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벌써 며칠째 익산 바닥을 훑고 있던 터라, 축제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데 좀 의아했다.

    [길따라 멋따라] 이런 축제라면 '밤드리 노니다가'…익산 서동축제
    혹시나 해서 들러봤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등(燈)이 공원을 꽉 채우고 있어 깜짝 놀랐다.

    게다가 등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야외 조각공원과 박물관, 잔디광장, 수변광장 등을 갖춘 13만 2천㎡(약 4만 평)에 달하는 서동공원 곳곳에 화려한 등이 가득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간간이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길따라 멋따라] 이런 축제라면 '밤드리 노니다가'…익산 서동축제
    알고 보니 이 등은 지난해 11월 6일부터 28일까지 금마면 서동공원에서 익산시 주최·익산문화관광재단 주관으로 열린 서동축제에 쓰인 것들이었다.

    축제 기간 서동요 그림자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고, 10만 명 이상이 찾았다.

    익산시는 그러나 그 이후에도 등을 그대로 뒀다.

    익산시 관계자는 "방문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기간을 늘려 진행을 했다"면서 "등은 설 연휴까지 그대로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사실 계속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대신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고, 거리두기 원칙이 지켜지면서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행사장인 서동공원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한 등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축제라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따라 멋따라] 이런 축제라면 '밤드리 노니다가'…익산 서동축제
    서동축제의 매력은 단순히 등뿐만이 아니다.

    수백 개의 등은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와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여러 챕터별로 구성된 등을 보면서 서동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

    서동축제는 신라의 선화공주와 백제 서동의 사랑을 테마로 한 축제다.

    4구체 향가 서동요(薯童謠)에는 선화공주와 서동의 사랑 이야기가 잘 나타나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서동요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서동요를 둘러싼 해설은 미세하게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선화공주님은/남몰래 시집을 가서/서동 도련님을/밤에 몰래 안고 간다"
    백제 사람이었던 서동(薯童)은 마(薯)를 캐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이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신라 진평왕의 셋째 달 선화공주를 맞이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길따라 멋따라] 이런 축제라면 '밤드리 노니다가'…익산 서동축제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주며 이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공짜로 마를 얻어먹은 아이들 덕분에 노래는 널리 퍼지게 된다.

    이에 분노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쫓아내고 서동은 선화공주를 데려가 아내로 맞는다는 이야기다.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한 서동은 백제로 돌아가 제30대 무왕(재위 600∼641년)이 된다.

    숙소로 돌아와 서동축제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다.

    중앙 언론에 보도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 지역 신문들 뿐이었다.

    세계 여러 곳의 축제장을 다녀봤지만, 서동축제의 아름다운 조형물은 어디 내놓아도 뒤떨어지지 않을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찾지 않는 조용한 축제라 더 아쉬웠다.

    그래서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축제를 소개해 보기로 했다.

    서울역에서 익산역까지는 KTX로 1시간30분 걸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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