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행정예고…전원회의 의결 거쳐 시행
법 위반행위 유형 명시, 무료 서비스는 이용자 수로 지배력 평가
네이버·구글 등 플랫폼, 자사상품 우대·끼워팔기하면 제재(종합)
네이버, 구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앞으로 자사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리거나 입점업체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면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공정위는 6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오는 26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 다른 플랫폼 이용 방해·자사 상품 우대 등 법 위반행위 규정
이번에 마련된 지침은 지금껏 누적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법 집행 사례를 토대로 심사 기준을 구체화한 것으로, 향후 온라인 플랫폼의 법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현행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할 때 적용된다.

역외적용 원칙에 따라 외국 사업자가 국외에서 한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지침이 적용된다.

지침에는 주요 법 위반행위 유형으로 ▲ 멀티호밍(multi-homing·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제한 ▲ 최혜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요구 ▲ 자사 우대 ▲ 끼워팔기 등 4가지가 규정됐다.

'멀티호밍 제한'은 플랫폼이 입점업체 등 이용자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공정위가 제재한 사례 중 네이버 부동산이 부동산 정보 업체와 계약하면서 경쟁 부동산 정보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걸었던 행위, 구글이 경쟁업체의 운영체제(OS) 개발과 출시를 방해한 행위가 멀티호밍 제한에 해당한다.

'최혜대우 요구'는 플랫폼이 입점업체가 다른 플랫폼과 맺은 계약과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배달앱 요기요가 입점업체에 최저가 보장을 요구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한 행위가 대표적이다.

'자사 우대'는 자사 상품이나 콘텐츠를 다른 업체 것보다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다.

2020년 10월 네이버 쇼핑과 동영상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꿔 자사 상품·콘텐츠는 최상단으로 올리고 경쟁사 상품·콘텐츠는 하단으로 내리는 방식으로 불공정 행위를 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던 것이 그 사례다.

'끼워팔기'는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결제 서비스 이용 강요 등이 여기에 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무료 서비스는 이용자 수·이용 빈도 따져 지배력 평가
지침은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특성으로 교차 네트워크 효과(플랫폼 이용자 수 증가가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 규모의 경제(이용자가 늘어날수록 평균 비용이 낮아지는 것), 데이터의 중요성(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 등을 명시했다.

이런 특성으로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더 많은 이용자가 집중되는 쏠림 효과(tipp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판단할 때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와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 향후 새로운 서비스 출현 가능성, 연구개발 현황 및 기술발전 가능성 등도 따지도록 했다.

또 카카오톡, 구글 안드로이드 OS 같은 무료 서비스의 경우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 산정이 적합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용자 수, 이용 빈도, 해당 OS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 수 등을 지배력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때는 서비스 다양성 감소, 품질 저하 및 이용자 비용 상승, 혁신 저해 우려 등 가격·산출량 이외의 경쟁제한효과를 고려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재 지배력을 보유한 시장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다른 상품·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에 미치는 효과도 살펴보도록 했다.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선점한 후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연관 서비스 시장까지 독점화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핵심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독점력을 공고히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안을 확정·시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