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제 산업망 만들수 없어…공급망 소집단 시장원칙 어긋나"
연합뉴스 단독 인터뷰…"양국 국민감정 악화에 주의 기울이고 있어"
[일문일답] 중국대사 "한국, 수교 초심 잊지말고 대만문제 배려해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4일 미중 간 첨예한 갈등 사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한중) 수교의 초심을 잊지 않고 대만문제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이날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것은 중국이 수교를 맺고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는 전제"라며 "우리의 입장을 많이 배려해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대해서는 "시장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고, 한국 내의 혐중 정서와 관련해 "양국 국민의 감정이 다소 안 좋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문화교류로 이를 해소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이뤄졌다.

싱 대사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싱 대사와 일문일답.

-- 한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 한국이 '외교적 보이콧은 고려하지 않는다', '직전 당사국의 역할을 하겠다'고 계속 천명하고 있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함께 성대한 올림픽 행사를 치를 것을 환영한다.

한국이 대표단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측이 편한대로 결정해오면 우리로서는 영접을 잘할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초청 의사를 전달한 바 있나.

▲ 관례에 따르면 국가 원수, 정부 수반과 같은 귀빈 참석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개최국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초청하는 것이 아니다.

각국 올림픽위원회가 등록을 담당한다.

한국 측에서 알아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결정하면 우리는 누구든지 환대할 것이다.

-- 이번 올림픽이 남북 평화 계기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남북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상호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을지는 남북과 IOC에 달려있다.

중국은 일관되게 남북이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해왔다.

만약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주최국으로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

-- 어떤 도움을 뜻하나.

IOC가 북한 국가올림픽위원회에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 출전하기 어렵다.

▲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협의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남북, 그다음에는 IOC와 협의해야 한다.

-- 한중 간 종전선언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

정전체제 영향을 주지 않는 정치적 선언이 돼야 한다는 구상에는 동의하나.

▲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국가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평화 체제 전환의 전 과정에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종전선언과 정전체제의 관계에 관한 문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포함할지 당사국들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당사국은 정전협정에 관련된 나라다.

중국과 미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남북과 이런 나라가 모여 미래의 영구한 평화에 도움이 되는 선언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일문일답] 중국대사 "한국, 수교 초심 잊지말고 대만문제 배려해야"
-- 올림픽 이전에 한중 화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인가.

연내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대면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으로 보나.

▲ 양국 정상의 교류·만남을 염두에 두고 노력을 했고, (시 주석 방한을) 저 역시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

중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다양한 형식의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한국 측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용의가 있다.

여러 가지 형식을 다 고려할 수 있다.

-- 북중 국경개방과 왕래는 언제쯤 다시 가능해지나.

이번에 리진쥔(李進軍) 주북 중국대사가 귀국하는데.
▲ 중국은 북한의 방역 조치를 존중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후에 무역 왕래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리진쥔 주북 대사의 이임·귀국은 매우 정상적인 인사 배치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 한미 정상회담이나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해 주변국들이 지켜주기를 바라는 선이 있나.

▲ 세계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다.

이것은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수교를 맺고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전제이며 토대다.

한국 정부가 수교 초심을 잊지 않고 대만 문제에 대한 올바른 입장을 견지하기를 바라고 또 믿는다.

대만과 공식적인 교류는 안 하고 민간적인 교류를 하는 것엔 이의가 없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장관이라면 비공식 교류라고 볼 수 있겠나.

우리의 입장을 많이 배려해주면 대단히 고맙겠다.

-- 한국의 대중국 문화 콘텐츠 수출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영화 추가 개봉이나 한국 드라마 방영, K팝 가수의 공연이 가능해질까.

▲ 얼마 전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오! 문희'가 중국인들의 많은 사랑과 호평을 받았다.

저 역시 더 많은 양국 영화와 드라마가 서로의 국가에서 방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리고 양국의 문화예술 단체가 상대국에서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한국에서 혐중 정서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원인과 해결책은.
▲ 최근 몇 년간 양국 국민의 감정이 다소 안 좋아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양국 인적 왕래 제한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도 있고, 일부 역사와 문화 관련 문제에 대한 양국 간 오해와 논쟁도 있다.

올해는 한중수교 30주년이다.

인문 교류가 풍성한 성과를 거둬서 양국 국민이 오해를 줄이고 우호를 다지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믿는다.

--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춘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중국의 입장은.
▲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디커플링과 공급단절을 통해 공급망 소집단을 만드는 것은 시장원칙에 어긋난다.

국제 분업을 파괴하고 글로벌 산업망·공급망을 교란하며 각국 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중국은 모든 공업 분야를 갖춘 세계 유일 국가이며, 중국을 배제하고 산업망을 만들 수 없다.

한중의 산업망과 공급망은 깊이 융합돼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80%가 중국에 판매되고 작년 양국 교역액은 3천4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한국과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함께 발전해 나아가길 바란다.

-- 전경련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 기업의 80%가 지난 10년간 중국의 경영 환경이 악화했다고 답했는데.
▲ 중국은 한국 기업의 경영과 투자를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이 요소수 사태로 힘들 때 긴급하게 조치해 도왔다.

중국에서 전력난이 있었을 때 한국 기업 생산·경영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시안(西安) 한국 반도체 공장이 있는데 코로나19로 긴박할 때도 특별조치를 취했다.

방역조치를 하지만 공장이 계속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해드릴 생각이다.

-- 세계은행이 내년 중국경제 성장률을 5.1%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나.

▲ 현재 중국 경제는 급속한 성장 단계에서 질적 성장의 단계로 전환됐다.

이는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진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 경제는 지속해서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고, 경제 구조는 최적화되고 있다.

우리는 질적 성장을 이루고 동시에 높은 수준의 개방을 심화해 한국 등과 발전의 기회를 공유할 것이다.

-- 5월이면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한국 정부의 대중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데 중국의 입장은.
▲ 국제 지역과 국내의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한중 관계를 잘 발전시키는 것은 양국의 필연적인 선택이자 추세다.

어느 당, 어느 후보가 승리하든 중국은 한국과 평등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 작년에 중국 공산당 6중전회가 개최됐고 올해는 20차 당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작년과 올해가 중국에 있어 중요한 기점으로 보인다.

▲ 중국은 두 번째 100년 분투 목표를 향한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우리는 케이크를 크게 만들고 동시에 잘 나눠서 점차 모든 국민들이 함께 부유해질 수 있게 할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국민이 함께 발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각 나라들과 발전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연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발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