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엔 보험료 지급된다던 보험사
수술 후 "변경된 내규에 따라 추가 서류 없으면 지급 불가"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대전에 사는 이미령(가명·40대)씨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

"보험사 말만 믿고 수술받았는데 갑자기 보험료 지급이 안 된다고 하니 황당해요.

"
지난달 14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이미령 씨는 A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수술받기 4일 전 문의했을 때 보험사는 분명 수술비의 90% 정도 보험료가 지급될 것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수술 후 내규 변경을 이유로 추가 서류가 없으면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급격히 커진 손해보험사 손실률을 메우기 위해 내규를 변경한 것 같다"면서 "직불카드로 수술비 1천200만 원을 일시불로 지불했는데 당장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OK!제보] 갑자기 바뀐 보험사 내규에 "수술비 1천200만원 내야할 판"
A 보험사가 작년 12월부터 변경된 내규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받은 만 59세 이하 가입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추가 서류는 '세극등현미경검사지'다.

세극등현미경검사란 특수한 조명 장치와 현미경으로 안구 외안부 및 전안부를 확인하는 검사다.

해당 검사 결과는 '의무기록지(병원이 의무적으로 남겨야 하는 환자 의료 기록)'에 해당하지 않아 병원은 자율적으로 자료 보존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씨가 수술받은 병원은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를 남기지 않았다.

이씨는 "백내장 진단 과정에서 세극등현미경검사를 포함해 여러 검사를 받았다"면서 "수술 전 문의했을 때 이를 설명해줬다면 당연히 병원에 요청해 검사지를 따로 확보했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11년 보험 가입 당시 서류에도 백내장을 포함해 16대 질병 수술비가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며 "내규 변경을 고객에게 알리지도 않고 갑자기 추가 서류를 요구하니 답답할 뿐"이라고 전했다.

[OK!제보] 갑자기 바뀐 보험사 내규에 "수술비 1천200만원 내야할 판"
경기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가 세극등현미경검사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져 우리 병원은 기록을 일부러 남기고 있다"면서도 "비(非) 의무기록지 보존 여부는 병원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씨는 세극등현미경검사지를 제외한 모든 의료 기록을 A 보험사에 보내고 재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A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시력 교정 등을 이유로 일부러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료를 지급받는 '도덕적 해이'가 늘고 있어 불가피하게 내규를 변경한 것"이라며 "보험비는 다른 고객들의 보험료인 만큼 당연히 회사도 심사숙고해 지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고객이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지가 없는 경우라 회사도 난처하다"면서 "악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세극등현미경검사지를 대체할 다른 검사 서류를 토대로 보험료 지급 여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