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친구를 얼마나 늘려줄 수 있을까…신간 '프렌즈'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간관계의 최대치는 150명이라는 이른바 '던바의 수'는 수십 년 동안 진화심리학 분야의 뜨거운 이슈였다.

감정의 상호작용과 사회적 요인의 복합체인 인간관계의 규모를 뇌의 크기로 짐작해 계산해내는 명쾌함 탓에 조직관리 등에 이 가설을 응용하는 사례도 많았다.

던바의 수를 주창한 영국의 진화인류학자 로비 던바는 신간 '프렌즈'(어크로스)에서 자신의 가설을 적용해 우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시도한다.

소규모 사회의 크기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관계를 5명·15명·50명·150명·500명·1500명 등의 단위로 나누고, 가장 친밀한 5명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동심원을 그렸다.

일상용어로 표현하면 5명이 포함된 원은 '절친한 친구들', 15명은 '친한 친구들', 50명은 '좋은 친구들', 150명은 '그냥 친구들'이다.

'우정의 원'에서도 150명을 넘기면 유의미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지인'은 500명, '이름만 아는 사람들'은 1500명이 한계다.

던바의 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은 학계의 반박 논문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가 촉발한 인간관계의 변화일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5천 명까지 만들 수 있는 시대에도, 인간관계의 규모는 여전히 뇌 용량의 제한을 받을까.

저자는 자기 대신 검증에 나선 유명 TV 진행자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가 몇 달에 걸쳐 페이스북 친구들을 찾아다닌 결과 대부분 놀라움을 표시했고, 어떤 사람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무례하다며 문전박대한 페이스북 친구도 있었다.

반겨준 이들은 '원래' 알던 사람이거나 그의 사교생활 범위 내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실험 결과를 설명하면서 던바의 수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오프라인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장소일 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설문조사 결과 소셜 미디어 계정의 친구는 평균 169명이었고, 대다수는 50명에서 300명 사이였다.

저자는 페이스북 친구가 오프라인 친구보다 많은 사람은 지인으로 간주할 사람들을 '온라인 친구'로 등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소셜 미디어가 인간관계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저자는 "이 새로운 매체들이 과거였다면 대면 만남을 지속하지 못해서 조용히 식어버렸을 우정을 유지시켜준다"며 "오래된 친구들과의 접촉은 우리의 고독감을 덜어주고 새로운 사교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벌어준다"고 말한다.

책은 인간관계의 작동방식과 효능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와 가설들로 가득 차 있다.

생존 확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교활동 수치이며, 고독감을 느끼면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도 면역 반응이 감소한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라는 말처럼, 대부분 문화권에서 육체적 고통을 나타내는 말로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는 게 단순히 우연은 아니다.

육체적 고통과 사교적 고통을 모두 뇌의 같은 영역이 관장하는 까닭에, 진통제를 복용하면 따돌림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진이 옮김. 584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