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기업을 'PICK'한 이유[VC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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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임정욱 TBT 공동대표
임정욱 TBT 공동대표
안녕하세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TBT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임정욱입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TBT는 지난 11월에 넷스파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총 30억원 라운드에 1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넷스파는 폐어망을 수거해서 재생나일론 원료를 뽑아내는 회사입니다. 설립된 지 이제 1년을 갓 넘겼으며 매출도 아직 없는 '극초기' 회사입니다. 서른 한 살의 부산 젊은이들이 창업했습니다. 뭘 보고 이런 기업에 투자했을까요?
우선 투자자들은 창업가가 어떤 문제를 푸는가를 봅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푸는지 보고, 또 그 시장이 얼마나 큰가를 따져 봅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큰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특히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전세계 기업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에 가면 100%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만들었다는 친환경 의류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섬유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넷스파 정택수 대표는 여기에 착안해서 이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한편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산업이 활발한 한국은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해양 쓰레기 중에서도 폐어망이 가장 문제입니다. 썩지도 않는 폐어망은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지자체들은 폐어망을 소각하려고 해도 소각 용량도 부족하고 비용도 문제입니다.
넷스파는 공급(?)이 풍부한 폐어망에서 재생 나일론을 뽑아내 친환경 섬유 소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웠다면 이미 다른 회사들이 다 하고 있었겠죠. 문제는 엉킬대로 엉킨 폐어망에서 나일론, PP, PE 등을 소재별로 효율적으로 분리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해외 대기업들도 인도나 터키 등 노동력이 싼 나라를 통해 수작업으로 분리해 내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정택수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폐어망 수거 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경남 하동의 한 수거업체에서 반년간 숙식을 하며 연구한 끝에 폐어망에서 나일론 소재를 자동으로 선별해 분리해내는 기술과 설비를 개발해냈습니다. 광학기술을 통해 폐어망의 소재를 구분해내고, 5㎜ 이하로 연속으로 절단해내는 분쇄기를 개발해 낸 것입니다. 또 이 소재들 중에서 나일론만 분리해 내는 폴리머 회수 분리기까지 갖춰서 설비 공정을 완성했습니다.
저와 TBT 김동오 심사역은 경남 하동까지 가서 시제품 설비를 보고 왔습니다. 가서 만나보니 말이 폐어망이지 쓰레기 더미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열악한 숙소에서 반 년동안 지내면서 쓰레기 더미, 고물 기계와 씨름하며 기술을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정 대표가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이렇게 어려운 도전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질문했더니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정말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을 성공시켜야만 해양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하나씩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내 자신의 역량이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고요."
창업가의 열정과 뚝심이 느껴졌습니다. 정 대표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투자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글로벌하게 공통된 큰 문제, 유니크한 해결 방법, 큰 시장 사이즈 등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TBT는 이미 이런 도전을 하는 회사에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다.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순환자원 스타트업인 수퍼빈입니다. 수퍼빈은 페트병을 수거하는 '네프론’이란 로봇기기를 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수퍼빈도 수집된 페트병을 가공해 플레이크로 생산하는 4000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을 경기도 화성에 건설 중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퍼빈 역시 "쓰레기를 돈으로 만든다"는 황당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넷스파를 처음 만났을 때 "바다의 수퍼빈"이라는 생각을 하고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이죠.
물론 넷스파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부산에 해양폐기물을 자원화할 수 있는 대량 생산 공장을 세워야 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재생나일론을 국내 대기업에 공급할 예정인데 항상 그렇듯이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렵고도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넷스파가 쭉쭉 성장할 수 있도록 TBT는 계속 응원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제가 몸 담고 있는 TBT는 지난 11월에 넷스파라는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총 30억원 라운드에 1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넷스파는 폐어망을 수거해서 재생나일론 원료를 뽑아내는 회사입니다. 설립된 지 이제 1년을 갓 넘겼으며 매출도 아직 없는 '극초기' 회사입니다. 서른 한 살의 부산 젊은이들이 창업했습니다. 뭘 보고 이런 기업에 투자했을까요?
우선 투자자들은 창업가가 어떤 문제를 푸는가를 봅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문제를 푸는지 보고, 또 그 시장이 얼마나 큰가를 따져 봅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큰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특히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전세계 기업들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에 가면 100%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만들었다는 친환경 의류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섬유 수요에 비해 공급은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넷스파 정택수 대표는 여기에 착안해서 이 수요와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한편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산업이 활발한 한국은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합니다. 해양 쓰레기 중에서도 폐어망이 가장 문제입니다. 썩지도 않는 폐어망은 바다를 오염시킵니다. 지자체들은 폐어망을 소각하려고 해도 소각 용량도 부족하고 비용도 문제입니다.
넷스파는 공급(?)이 풍부한 폐어망에서 재생 나일론을 뽑아내 친환경 섬유 소재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쉬웠다면 이미 다른 회사들이 다 하고 있었겠죠. 문제는 엉킬대로 엉킨 폐어망에서 나일론, PP, PE 등을 소재별로 효율적으로 분리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해외 대기업들도 인도나 터키 등 노동력이 싼 나라를 통해 수작업으로 분리해 내고 있는 형편이었습니다.
정택수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폐어망 수거 업체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경남 하동의 한 수거업체에서 반년간 숙식을 하며 연구한 끝에 폐어망에서 나일론 소재를 자동으로 선별해 분리해내는 기술과 설비를 개발해냈습니다. 광학기술을 통해 폐어망의 소재를 구분해내고, 5㎜ 이하로 연속으로 절단해내는 분쇄기를 개발해 낸 것입니다. 또 이 소재들 중에서 나일론만 분리해 내는 폴리머 회수 분리기까지 갖춰서 설비 공정을 완성했습니다.
저와 TBT 김동오 심사역은 경남 하동까지 가서 시제품 설비를 보고 왔습니다. 가서 만나보니 말이 폐어망이지 쓰레기 더미였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열악한 숙소에서 반 년동안 지내면서 쓰레기 더미, 고물 기계와 씨름하며 기술을 개발한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정 대표가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이렇게 어려운 도전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질문했더니 이런 대답을 하더군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정말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을 성공시켜야만 해양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또 하나씩 문제가 해결될 때마다 내 자신의 역량이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고요."
창업가의 열정과 뚝심이 느껴졌습니다. 정 대표가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투자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글로벌하게 공통된 큰 문제, 유니크한 해결 방법, 큰 시장 사이즈 등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TBT는 이미 이런 도전을 하는 회사에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다.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순환자원 스타트업인 수퍼빈입니다. 수퍼빈은 페트병을 수거하는 '네프론’이란 로봇기기를 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수퍼빈도 수집된 페트병을 가공해 플레이크로 생산하는 4000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을 경기도 화성에 건설 중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수퍼빈 역시 "쓰레기를 돈으로 만든다"는 황당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는 회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0억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예비 유니콘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넷스파를 처음 만났을 때 "바다의 수퍼빈"이라는 생각을 하고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이죠.
물론 넷스파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부산에 해양폐기물을 자원화할 수 있는 대량 생산 공장을 세워야 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재생나일론을 국내 대기업에 공급할 예정인데 항상 그렇듯이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어렵고도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넷스파가 쭉쭉 성장할 수 있도록 TBT는 계속 응원하고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