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주의 보컬리스트', 새앨범 '러브, 라이크 어 송' 발표
"재즈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저였을 듯한데 이번에는 조금 내려놓았어요.

그랬더니 흥얼거리고 즐기게 됐어요.

"
흔히 재즈는 그냥 느끼는 것이라지만,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는 장르다.

어떠한 음악이 재즈인지 분명치 않은 데다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재즈 보컬리스트 이부영(51) 역시 재즈를 놓고 끊임없이 묻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재즈를 공부하고 노래한 지 어느덧 20여 년, 그가 내린 답은 '자연스러움'이었다.

이부영은 2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아티스트는 예술적 도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라며 "제 경우에는 그 수단으로 재즈를 택했다.

즉, 재즈가 인생이고 저 자신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재즈 팬들에게 이부영은 대표적인 여성 보컬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있다.

1993년 한국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우연히 재즈의 길로 들어섰다.

주변 권유로 네덜란드로 유학을 갈 때만 해도 재즈를 업으로 삼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을 그림을 그리듯이 노래로 표현하는 게 그만의 장점이다.

허스키한 중저음으로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나지막이 노래하는 그에게 '인상주의 보컬리스트'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최근 발표한 앨범 '러브, 라이크 어 송'(Love, Like A Song) 역시 이부영이 음악으로 그려낸 또 다른 그림이다.

3년 만에 새로 내놓은 이번 앨범에서 이부영이 집중한 건 사랑이었다.

이부영은 "저를 포함해 모든 인간이 태어나서 겪고, 경험하고, 배우는 게 사랑"이라며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완전히 빠지기도 하고, 사랑인 줄 모르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앨범에 포함된 곡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첫 곡 '연인인가 2.6'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을 표현했다.

'랄랄라송'과 '어느 여름날'은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을, '투 포 더 로드'(Two for the road)는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는 연인의 모습을 멜로디에 담았다.

이부영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재즈라는 정의, 아이덴티티에 집중했다면 이번 앨범에선 제가 느끼는 감성에 집중했어요.

'뭔가 모르겠는데 묘하게 듣기 좋다', '대중적인데 음악적이다'는 평가가 조금씩 나와서 다행이에요.

"(웃음)
재즈 보컬리스트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하나 됨'이다.

이부영은 "아무리 보컬 기술이 좋고 가사가 좋아도 보컬 개인의 해석이나 독창적인 의견이 느껴지지 않으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며 "개인적인 감성이 담겨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즈 한길을 걸어온 지 20여 년, 그에게도 재즈는 어려운 분야일까.

"시간이 지나며 나아지긴 했지만 제게 있어 재즈는 넘어야 할 산이었어요.

계속 어려웠죠. 그러나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고군분투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 조금씩 접점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
이런 경험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이부영은 '매의 눈'으로 장점을 찾아주는 선생으로 유명하다.

단점이나 부족한 점을 짚어내는 여느 스승과 달리 장점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이부영은 "재즈 보컬리스트로만 보면 저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라며 "만약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면 저만의 노래, 음악은 나오지 않았을 테고 아마 중간에서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마다 가진 장점을 반짝반짝 빛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더 효율적인 교육"이라며 "스스로 찾아 움직이게끔 동기를 유발하면 누가 말려도 더 열심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부영은 앞으로도 재즈와 함께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떤 형태나 정의로 규정하기보다는 저라는 사람의 본능에 충실했으면 해요.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 재즈로 표현하는 그런 뮤지션으로 기억되면 어떨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