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임금 상승에 기인한 물가상승 압력 높지 않아"
한은 "공급병목 길어지면 인플레압력 가중…아직은 제한적 영향"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병목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이동원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 등은 21일 발표한 '공급 병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이슈노트)에서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부문별 물가 영향을 점검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병목 현상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다"고 최근 상황을 진단했다.

하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전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부문과 관련해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을 통해 직접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화할 경우 전력난 등을 통해 여타 부문의 공급 차질을 야기함으로써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음식료품 부문에서는 "축산물 가격이 인력난과 물류비용 상승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 차질로 육류를 중심으로 상당폭 상승했다"며 "이는 재료비 인상을 통해 가공식품 가격 및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등 내구재 가격도 공급 병목 영향권에 들었다.

보고서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해상물류 지체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자동차를 중심으로 내구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한국은 상승 폭이 제한적이지만 점차 공급 병목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노동 공급 부족을 겪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임금 상승에 기인한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건설자재 가격 급등 역시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이 주거시설 유지·보수 비용 인상을 불러오긴 했지만, 주거비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공급 병목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수요·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모두 예상보다 커지면서 오래 지속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공급 병목 현상에 따른 내년 물가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이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내년에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목표 수준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진다면 이 또한 물가 상승 압력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