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SK이노, 3~5%대 하락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도 조정
원자재 인플레로 수익성 악화
배터리 내재화·높은 밸류도 부담
"내년 2월까지 수급 불안 우려"
국내외 2차전지주 ‘흔들’
20일 LG화학은 5.88% 떨어진 6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 내 최저가다. 이날 SK이노베이션(-5.22%), 삼성SDI(-3.82%) 등 완성 배터리주 ‘삼총사’가 나란히 떨어졌다. LG화학 주가는 최근 1개월 새 13.46% 빠졌다. 같은 기간 삼성SDI도 13.61% 하락했다.소재 밸류체인도 전반적으로 흔들렸다. 최근 1개월간 엘앤에프(-20.04%), 천보(-9.63%), 에코프로비엠(-8.29%), SKC(-8.24%), 일진머티리얼즈(-6.51%), 포스코케미칼(-3.06%) 등 2차전지 핵심 소재 관련주 대부분이 조정받았다. 외국인 매도세가 뚜렷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LG화학(-1680억원), SK이노베이션(-1239억원), 포스코케미칼(-688억원), 삼성SDI(-338억원) 등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2차전지주 약세는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 2차전지 관련주를 주로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인 ‘글로벌 X 리튬&배터리 테크 ETF(티커명 LIT)’는 최근 1개월 새 10.32% 빠졌다. 같은 기간 세계 2차전지 대장주 격인 중국 CATL도 9.50% 떨어졌다.
조정 이유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자동차 회사들의 배터리 주문량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자동차 회사들의 배터리 내재화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테슬라, 리비안, 폭스바겐,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BMW가 모두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내재화 추진은 이전부터 2차전지주의 주요 장기 악재 중 하나로 꼽혔는데, 최근 내재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스페인과 동유럽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내년 상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12억9000만달러를 들여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GM은 포스코케미칼과 합작법인을 통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차전지 원자재인 리튬 가격은 21주 연속, 코발트는 10주 연속 상승세다. 음극재에 필요한 흑연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통상 배터리 공급 계약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완성차 업체들이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가격이 계속 오르면 배터리 업체들도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한 배터리 소재업체의 연구총괄 담당자는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수익성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지면서 배터리 업체와 소재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급상 이유도 있다. 미국이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 계획을 내놓은 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高)주가수익비율(PER) 업종인 2차전지주는 금리인상기에 수급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는 2월까지 불안
특히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상장과 연말 대주주 과세 이슈로 개인 투자 비중이 높았던 2차전지주의 수급 불안이 커졌다. “떨어지면 산다”는 그동안의 2차전지 투자 전략을 섣부르게 적용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아직 바닥을 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70조원에 달할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기관이나 펀드에서 비중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내년 2월까지는 수급 불안으로 인해 관련주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섣부른 저가 매수는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