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 서원대 교수
김병희 서원대 교수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거의 날마다 언론에 등장하는 세 단어가 지닌 공통점은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것.

지금은 초연결의 시대다. 연결하는 기술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내 집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직장에서 일하다가 집안의 냉장고를 조절할 수도 있고, 자동차 쪽을 향해 걸어가며 자동차의 시동을 켤 수도 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접점으로 작동해 서로 연결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연결이 중요하다. 꼭 전화를 받아야 할 사람이 연결되지 않으면 얼마나 애가 타는가. 마음은 급한데 연락이 안 돼 난감한 경우를 모두가 경험했으리라.

보통 사람들도 이러할진대 중요한 순간에 기업의 경영자가 연결되지 않으면 그 시간만큼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누구도 믿지 못해 아무에게도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모든 정보를 혼자서 쥐고 있는 경영자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간에 회사의 시스템이나 최측근과 연결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영자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포르툼의 스웨덴 지사에서는 신문의 양면을 활용한 ‘팔 늘이기’ 인쇄광고 시리즈를 집행하며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르툼(Fortum Oyj)은 1998년에 설립된 핀란드 최대의 에너지 기업이다. 이탈리아의 에넬(Enel SpA)과 스페인의 이베르드롤라(Iberdrola SA)와 더불어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세계3대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툼은 에너지 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모바일 원격제어 시스템을 추가해, 북유럽과 발트해 인근의 국가는 물론 폴란드와 러시아를 넘어 인도에까지 진출했다.

포르툼 광고 ‘치과의사’ 편(2013)을 보자. 왼쪽 광고는 환자의 입을 벌리게 하고 치과의사가 치료하는 장면이고, 오른쪽 광고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찍은 장면이다.

아이들의 머리 부분만 살짝 보이게 촬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왼쪽 광고에 있는 엄마가 팔을 길게 늘어뜨려 오른쪽 광고에 있는 텔레비전의 모서리에 닿아있다.

손끝으로 전원 스위치를 끄고 있다. 엄마가 원격 조정을 해서 텔레비전을 꺼버렸으니 아이들은 더 이상 텔레비전을 볼 수 없게 됐다.

치과의사인 엄마가 치과 진료를 하다가 문득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있을 아이들 생각이 떠오른 듯하다. 우리도 일을 하다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가는 경우가 있는데, 치과의사는 공부는 안 하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을 아이들 생각이 스쳐간 것이다.

오른쪽 광고 지면의 하단에는 이런 헤드라인을 썼다. “포르툼 모바일 기기로 어디에서든 집을 제어하세요(Control your home from anywhere with Fortum Mobile Solutions).” 양쪽 지면을 가로지르는 엄마의 손은 연결을 상징한다.
포르툼 광고 ‘치과의사’ 편 (2013)
포르툼 광고 ‘치과의사’ 편 (2013)
포르툼 광고 ‘대화’ 편(2013)에서는 대화를 하던 도중에 원격 조정을 해서 집안의 전등을 끄는 순간을 표현했다. 장년에 가까워 보이는 남녀가 분위기 좋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여성은 살짝 웃고 있다. 그처럼 재미있게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남성은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집안의 거실 등을 끄지 않고 나왔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는지 팔을 거실까지 길게 뻗쳐 전등의 스위치를 끄고 있다. 양쪽 지면을 가로지르는 남성의 손은 연결을 상징한다.

스웨덴의 광고회사 가버그스(Garbergs)의 광고 창작자들은 연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팔을 길게 늘려 과장되게 표현하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오른쪽 광고 지면의 하단에는 ‘치과의사’ 편에 쓴 헤드라인을 똑같이 써서 포르툼 모바일 기기로 어디에서든 집과 연결하라고 권고했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원격제어 시스템을 가동하는 연결 기술이 우수하다는 점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포르툼 광고 ‘대화’ 편 (2013)
포르툼 광고 ‘대화’ 편 (2013)

두 광고에서 채굴한 경영의 스티커 메시지는 연결성(Connectedness)이다. 연결성이란 서로 이어져 관계가 맺어지는 성질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착 관계도 연결에서 생기며 소속감도 연결에서 생긴다. 연결성은 여러 영역에서 중요하다.

인간은 서로 연결돼 있으면 행복감을 느끼고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여성주의 관점에서는 태아의 생명을 모성과 태아의 연결성 차원으로 인식한다.

국제 특송기업인 DHL과 뉴욕대학교의 스턴 경영대학은 해마다 ‘DHL 글로벌 연결지수(DHL Global Connectedness Index)’ 보고서를 발표한다.

169개 국가의 무역, 자본, 정보, 사람의 국제적인 흐름과 연결을 분석하는 것. 국가 간의 연결 방식이나 연결고리의 변화를 통해 국제 정세와 물류의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인 5가지 중에 ‘끊어지지 않음(seamlessness)’ 요인이 있다. 다시 말해서 24시간 내내 사람들과 연결돼야 메타버스가 제대로 구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결성이 강한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우연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 이면에 나름대로 연결될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발쇼핑몰 재포스를 1조원대의 가업으로 키우고 46세에 안타깝게 화재로 사망한 토니셰이 대표도 이런 말을 남겼다. “마주치고, 서로 배우고, 연결되면 혁신이라는 기적은 저절로 일어난다.”

지금 기업의 경영자나 정치인에게 필요한 것은 연결성 재능이다. 자신의 말과 글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연결성 재능이란 세상이 어떤 네트워크로 연결됐다고 인식하며 상호 간의 연결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지식의 융합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지금 같은 시대에 연결성 재능을 갖춘다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해 서로 협력하도록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경영 능력이고 정치 역량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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