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을 기념하라 = 김성환 지음.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

어두운 역사를 청산해온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로, 끔찍했던 나치 폭력의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교육해 잘못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독일의 거의 모든 강제 수용소(카체트)는 그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된 채 '기념관'으로 자리 잡았다.

한때 죽음의 수용소였던 곳이 시민에게 개방되고, 시민들은 그곳에서 악의 실체를 날것 그대로 만난다.

그리고 악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성찰과 함께 굳게 다짐한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기억들이 있다.

그 대표적 현장 중 하나가 서울 남영동의 대공분실이다.

1987년 꽃다운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가고서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망언을 한 독재 정권은 그 뒤로도 한동안 고문과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남영동 대공분실 인권기념관추진위원회 상임 공동대표인 저자는 "아픔은 아픔 그대로 드러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공감할 때 비로소 사회적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상처를 감추고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서 함께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며 진정한 과거 청산이자 미래의 시작이라는 얘기다.

독일과 폴란드 곳곳의 나치 관련 유적과 기념관들을 둘러보고 조사한 답사기인 이 책은 고통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독일이 과거를 어떻게 '기념'하는지, 그것이 비슷한 폭력의 역사를 지닌 우리와 남영동 대공분실에 어떤 의미와 해답을 주는지 이야기한다.

서울대 국사학과 4학년 재학 중인 1981년 교내 시위를 주동해 제적, 구속됐던 저자는 출소 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에서 전두환 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고, 1995년 국사학과에 복학해 졸업했다.

현재는 독재 과거사 청산을 위한 기념관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 부지에 조성되도록 시민운동을 펼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보리. 512쪽. 3만원.
▲ 진보를 찾습니다 = 박찬수 지음.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명제는 오래전부터 진보의 가치를 대변하는 말로 여겨졌다.

진보 진영은 도덕성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포용성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진보는 기득권 구조를 기대만큼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진보나 보수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엘리트 중심의 진보 운동과 진보 정치세력의 집권은 '진보 역시 사회의 기득권층'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현직 언론인인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한국 정치에서 진보라는 개념이 어떻게 받아들여져 확장돼왔는지, 그리고 진보의 위기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살핀다.

그러면서 내년 대통령 선거는 진보 정치 세력이 새롭게 전진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말한다.

책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진보', '진보, 한계에 부닥치다', '진보 재집권은 가능한가?', '새 길을 찾다'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인물과사상사. 292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