쾨닉·페이스 갤러리서 서울 첫 개인전
전시장 중앙에 돌덩이 12개가 원형으로 놓였다.

형태는 같으나 화강암, 대리석 등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졌고, 색깔도 다르다.

각 돌 사이에는 양면 거울이 있다.

돌들은 항상 제 자리에 있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작품 주위를 따라 걸으면 관람객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금색 돌이 연달아 놓인 것처럼 보이다가 걸음을 옮기면 흰 돌이 줄지어 나타난다.

심지어 하나의 돌이 반은 붉은색, 반은 흰색으로 잘라서 붙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알리시아 크바데(42)의 설치 작업 'DUODECUPLE BE-HIDE'로, 마치 투명한 유리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거울이 이처럼 현실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폴란드에서 태어난 알리시아 크바데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현대미술가다.

최근 베를린 주립미술관, 노이스 랑겐파운데이션, 보스턴 MIT 리스트 시각예술센터, 헬싱키 에스포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의 첫 서울 개인전이 강남구 청담동 쾨닉 서울과 용산구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에서 동시에 개막했다.

돌 3개를 나란히 놓은 작품에서는 가운데 돌이 실제 돌이고, 양쪽 돌은 청동 복제본이다.

돌 사이에 이번에도 양면 거울이 있다.

관람객 시점에 따라 보이는 돌들은 진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관점도 달라짐을 말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전시 소개 영상에서 "당신이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당신이 있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며 "어떠한 본질에 대한 설명도 실제로 무엇인지보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의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근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현실을 인식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ENTROPIE'를 비롯한 시곗바늘 연작도 우리의 인식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이다.

종이 위에 수많은 시곗바늘이 어떤 규칙을 따른 듯 배열돼 있다.

작가는 물방울을 수면에 떨어뜨렸을 때 나타나는 파동, 충격에너지, 간섭파 등을 반영했다.

다만 작가가 물방울이 일으키는 파동과 분자의 배열까지 조절할 수는 없다.

그는 마찬가지로 시간 구분 역시 얼마나 자의적이고도 우연한 것인지 보여주고, 시간과 같은 임의의 합의가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낸다.

12개 돌을 둥글게 놓은 작품에서 시계가 연상되듯 각 전시 작품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균열을 냄으로써 주변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관찰하고 인식하도록 이끈다.

또 다른 돌 소재 작품 'Hemmungsloser Widerstand'는 돌들이 유리판을 통과하며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돌을 두 부분으로 절단해 유리 양쪽에 접착했다.

양면 거울을 활용한 작업과는 정반대로 작가는 관람객의 감각을 뒤흔든다.

여러 개의 돌로 만든 모빌 형태 작품도 걸렸다.

묵직한 돌들이지만 바람 불면 우아하게 움직일 듯 가볍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돌 모양으로 만든 도자다.

이 역시 우리가 보는 만물이 실제 모습과 다를 수 있으며, 앞으로 기존 모습과도 달라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내년 1월 2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