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감독은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원정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며 "오늘의 결과가 선수들에게 조금 더 보탬이 되고, 큰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FA컵에서 3라운드 수원FC, 8강 포항 스틸러스, 4강에선 울산 현대 등 1부리그 팀을 줄줄이 격파하며 결승에 올랐던 전남은 K리그1 3위 팀 대구마저 따돌리고 2007년 이후 14년 만에 FA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지난달 24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실점해 0-1로 패한 뒤 적지에서 4골을 몰아치며 합계 4-4를 만들어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 우승하는 대역전극을 연출, 2부 팀 최초의 FA컵 우승과 ACL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날 전남은 전반 25분 대구 중앙 수비수 홍정운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서도 쉽게 앞서나가지는 못한 채 난타전을 벌인 끝에 후반 막바지 3-4로 밀렸다.
그러나 후반 38분 정재희가 4-4를 만드는 골을 터뜨려 전남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전경준 감독은 홍정운의 퇴장 상황과 관련해 "저는 정확히 봤고, 퇴장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후반 추가시간 대구 에드가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고태현과 볼 경합을 벌이다 넘어져 비디오 판독(VAR)이 시행될 땐 "굉장히 떨렸다"고 돌아보며 "90분 고생하다가 이 한 번으로 다 잡은 걸 놓칠 수 있어서 원통할 뻔했는데,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전남의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만들어 낸 정재희는 김천상무에서 지난달 말 전역한 측면 공격수다.
전 감독은 전역 후 첫 경기를 치르는 정재희를 윙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는데, 정재희가 전반 39분 박찬용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고 '우승골'을 직접 만들어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전 감독은 "정재희는 군대 가기 전부터 장점을 잘 알던 선수다.
공격에 비중을 둔 자리에 쓰고 싶었으나 사이드백 자원이 없었고 부상자도 있어서 이렇게 기용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줘서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남은 올해 K리그2에선 정규리그를 4위로 마쳐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대전하나시티즌에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내줘 승격 도전을 내년으로 다시 미룬 바 있다.
전 감독을 비롯한 전남 선수단은 FA컵에서 우승해 ACL에 나서게 되면 구단의 지원이나 선수 영입 등에서 환경이 나아질 거로 기대하며 절치부심 이번 결승을 준비했고, 결실을 봤다.
전력 보강 관련 질문에 전 감독은 "저희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은 기량 이상으로 1년 이상으로 열심히 했다"며 "저도 기대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구체적 답변은 하지 않았으나 '따뜻한 겨울'에 대한 기대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