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서 착좌미사…문대통령 "사회 약자와 정의 곁에 계셔주길"
천주교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의 착좌 미사가 8일 오후 2시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인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됐다.

정순택 대주교는 서울대교구장 공식 취임을 알리는 착좌 미사를 시작으로 한국 천주교의 '얼굴'인 서울대교구를 이끌게 된다.

정 대주교가 취임한 이날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기도 하다.

전임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에서 "(하느님이)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도자로 새 교구장님을 세우셨다"며 "우리 모두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고, 지상의 나그네인 교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모든 성인의 삶을 따르자"고 당부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는 교황 교령을 낭독하고, 염 추기경은 정순택 대주교에게 교구장을 상징하는 지팡이인 목장(牧杖)을 전달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염 추기경의 안내로 주교좌(主敎座)에 착좌했고, 주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이며, 우리 교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지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모습으로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힘을 모으겠다"면서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여가는 데 힘을 모아 교회가 이 시대에 응답할 모습을 모색하고, 미래와 현재의 주역인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데에 더욱 힘쓰고,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염 추기경이 교구장으로서 교회 안팎에서 이룩한 업적을 나열하며 "훌륭하게 마련해준 길을 충실히 이어가는 면이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착좌 미사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교구 사제단, 각 수도회 대표 수도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방정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용만 재단법인 같이걷는길 이사장, 배우 안성기, 평신도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성당 옆 문화관 꼬스트홀 등에서도 신자 600여 명이 미사에 함께 했다.

미사 주요 전례와 예식에 이어 축하식도 진행됐다.

교황대사 수에레브 대주교와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문재인 대통령, 사제단·수도자·평신도 대표가 축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황희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어려운 고비마다 빛과 소금이 되어주신 것처럼, 일상 회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바란다"며 "대주교님의 사목 표어 '하느님 아버지, 어머니 교회'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만날 것이다.

한결같이 사회적 약자와 정의 곁에 계셔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수도자 대표인 이해인 수녀는 "슬픈 일을 위로하는 천사, 나그네를 쉬게 하는 집, 어두운 길을 비추는 등대지기, 힘든 순간에도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한국 천주교회 선장이 되셔야 할 대주교님께 사랑과 존경을 드린다"는 축시를 낭독했다.

서울대교구 새 수장이 된 정순택 대주교는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4년 서울대 공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후 사제가 되겠다는 뜻에 따라 같은 해 가톨릭대 성신교정에 편입했다.

1986년 가르멜회에 입회했고, 1992년 이 수도회 인천수도원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2000년 로마로 유학을 떠나 교황청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여러 보직을 거쳐 2013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2014년 주교품을 받고 서서울지역 및 청소년·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 한국교회사연구소 이사장, 시복시성준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0월 당시 정순택 주교를 차기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에 임명하고 대주교로 승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