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②TECHNOLOGY] 시장을 선점할 최초의 배양육은 어떤 모습일까
2013년 세계 최초의 배양육 버거 패티 생산단가는 무려 33만 달러, 약 3억9000만 원이었다. 3개월간 3명의 연구원이 2만 개의 근섬유를 배양해 일일이 손으로 연결해 개발했기 때문이다. 개념 증명의 차원에서 개발한 것이지만, 배양육이 시장에 ‘팔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술 발전이 필요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배양육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2025년 스테이크보다는 가공육이 먼저 등장할 것
현재 상업화에 가장 가까운 배양육을 개발한 회사는 미국의 잇저스트다.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해 판매해오던 회사로, 2020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배양육의 식품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싱가포르의 레스토랑에서 배양육을 판매한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안정적인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거나, 단가를 맞추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잇저스트와 같이 대다수의 배양육 개발 기업들의 당면 과제는 ‘대량생산’이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시장을 선점할 최초의 배양육은 대량생산이 용이한 ‘가공육’일 가능성이 크다. 기존 육류 시장과 유사하게 배양육 시장도 구이용 고기(스테이크)와 가공육(미트볼, 소시지 등)으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현재 모사미트(네덜란드), 알레프팜스(이스라엘), 업사이드푸드(미국, 前 멤피스미트) 등 3개 기업만이 스테이크 배양육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기업은 가공육에 집중하고 있다.

배양육이 육류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존 육류와 비슷한 맛과 가격을 구현해야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가공육이 유리하다. 우리가 ‘고기’라고 느끼는 감각은 고기의 생김새, 향, 풍미, 질감 등에서 온다. 스테이크의 경우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가공육의 경우 맛과 향 정도만 구현하면 되기 때문에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다.

신선육과 유사한 맛을 내려면 근육(70%), 지방(20%), 결합조직(10%) 등이 적절한 비율로 구성돼야 한다. 가공육은 서로 다른 줄기세포를 이용해 근육 조직과 지방 조직을 각각 생산한 뒤, 이를 섞어주는 방식으로 제조가 가능하다.

반면 고기 형태까지 고려해야 하는 스테이크는 근육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혈관 내피세포 등을 동일한 배양 배지와 지지체에서 배양해야 한다. 하지만 세포마다 잘 자라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된 배지와 지지체를 도출해내기가 어렵다. 가령 근육줄기세포가 분화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지지체가 필요하지만, 지방줄기세포는 부드러운 지지체에 더 잘 부착해 자란다.

업계 관계자는 “근육줄기세포는 대부분 근육으로 분화하고, 지방 조직의 경우 섬유아세포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를 모두 만족시키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수년 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공육 형태의 배양육은 2025년께, 스테이크는 약 10년 뒤에야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슈 - ②TECHNOLOGY] 시장을 선점할 최초의 배양육은 어떤 모습일까
“1kg당 4만 원 이하여야 소비자 구매로 이어질 것”
대량생산과 더불어 기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가격이다. 지난해 네덜란드 기업인 모사미트의 창립자 마크 포스트 마스트리히트대 교수는 193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양육 인식 조사를 수행해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그 결과, 참가자 중 58%는 배양육 소고기에 기존 소고기 가격보다 37%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소고기 소비량이 큰 미국이나 호주에서 소고기 1kg 당 2만~3만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배양육 역시 2만 원 후반~4만 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해야 팔린다는 의미다.

배양육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배지다. 배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약 80%를 배지가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간 치료제 분야에서 줄기세포 분화에 가장 많이 사용한 배지는 소태아혈청(FBS) 배지다. 배양육 역시 연구 단계에서는 소태아혈청을 주로 이용했지만, 리터(L)당 150만 원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 실제 생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소태아혈청을 대체할 새로운 배지를 개발하고 있다.

크게 소와 같은 동물 대신 미세조류를 이용한 동물 소재 대체 배지와 아미노산, 비타민 등 식용 물질 성분을 이용한 배지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씨위드와 대상이 각각 미세조류인 스피룰리나, 클로렐라를 이용해 배지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희재 씨위드 대표는 “스피룰리나 기반의 영양 배지에 일부 동물 성장인자를 넣어 배지를 개발하고 있다”며 “세포 성장, 분열 속도 등의 측면에서 소태아혈청의 90% 정도를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다나그린, 엑셀세라퓨틱스, 미트테크(이스라엘), 모사미트(네덜란드), 퓨처미트(이스라엘) 등 다수의 기업은 후자를 선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적인 문제도 있지만 규제당국의 허가 심사를 수월하게 통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배양육은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에서 제조되지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독성 물질에 대해 훨씬 까다롭게 평가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허가 시 배지에 대한 제한은 따로 없지만, 제조된 배양육에 잔류한 모든 물질에 대한 독성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체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아닌 인위적으로 합성된 화학물질의 경우 암모니아와 같은 독성 대사산물이 생성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배양육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관계자는 “식용 가능한 물질로만 구성된 배지는 분화 수율은 떨어질 수 있지만, 독성 평가에서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의일 엑셀세라퓨틱스 대표 역시 “식품 허가에서는 안전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며 “우리는 천연물 및 식품 등급의 원료를 사용해 단가를 낮추고 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배양육 배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구체적인 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FDA와 유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식약처는 올해 연말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식품 소재만으로 근육 조직을 분화시키는 기술은 개발되지 못했다. 퓨처미트, 미트테크 등 몇몇 기업은 올레인산, PPARg 등 식품 소재를 이용해 지방 조직을 분화시키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근육 분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육은 지방에 비해 연구가 덜 돼 있어 제한된 물질로 분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며 “식품 소재 근육 배지를 개발하게 된다면 기업의 중요한 원천특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