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용사가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독립적인 영업
새로운 '공유경제' 사업 모델로 주목받아

"이 자리가 바로 저의 미용실입니다.

"
한 미용실에서 여러 명의 미용사가 독립된 사업자로 근무할 수 있는 '공유 미용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유 미용실은 미용사를 고용하는 형태인 기존 미용실과 다르게 미용사 각자가 미용 화장대를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P 공유 미용실에 입점한 미용사 최인아(가명·30대)씨는 "분양받은 미용 화장대와 공간을 미용사가 원하는 데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공유 미용실에 만족감을 표했다.

[인턴액티브] "미용실 12개가 한 공간에"…'공유 미용실' 가보니
현행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상 공유 미용실은 영업이 불가능한 형태다.

그러나 작년 8월부터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완화·유예 제도)를 적용받아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공유 미용실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 "한 공간에 미용실 12개가 있는 셈이죠"…직접 둘러본 공유 미용실
지난 17일 방문한 P 공유 미용실은 중앙이 확 트인 일반적인 미용실과 달리 내부 구조가 복잡했다.

약 330㎡ 규모인 미용실 중앙에는 염색 시술이 이뤄지는 공유 공간이 있고 총 18개인 미용 화장대가 한 개에서 두 개씩 한 공간에 위치하도록 벽으로 공간을 나눠놓았다.

그리고 한쪽에는 또 다른 공유 공간인 샴푸실과 두피 관리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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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고 미용 화장대를 분양받아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1시였지만 벌써 영업을 시작한 세 명의 미용사가 자신의 미용 화장대에서 예약 손님의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이들을 포함해 이 미용실에 입점한 미용사 12명 전원은 각자 '미용실 원장'으로서 개인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P 공유 미용실 강남 지점장은 "미용사분들이 몸만 오셔도 영업할 수 있도록 공유 공간과 미용 장비, 재료를 제공해드리고 있다"면서 "지금 이 공간에만 미용실 12개가 운영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장은 "영업이 잘돼 화장대를 추가 분양하거나 미용사분이 직원을 고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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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미용실은 미용실이 대형화, 기업화되면서 창업 비용이 증가하고 미용실보다 미용사가 중심이 되는 영업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등장했다.

미용사들은 공유 미용실을 통해 적은 자금으로 미용실을 개업할 수 있고 고객은 미용사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용사들은 자신이 올린 매출의 대부분을 가져가지 못하는데도 개업을 위해 대형 헤어숍에서 경력을 쌓는다"면서 "개업이 꿈인 미용사들에게 공유 미용실은 훌륭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P 공유 미용실에서 한 명의 직원을 두고 미용 화장대 두 대로 영업 중인 최씨 역시 "과거 대형 헤어숍에서 근무할 때는 서비스 제공, 개인 홍보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평소 공유 미용실을 자주 이용하는 박인철(가명·20대)씨는 "거의 100% 예약 손님 중심으로 운영돼 조용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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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공유 미용실 대표는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 중인 또 다른 지점에서는 14명의 미용사가 개인 사업자를 내고 영업 중"이라면서 "작년 코로나로 인해 잠시 주춤했던 성장세가 회복되기 시작해 현재 각 매장의 월 거래액(결제 금액 합계)이 평당 100만 원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공유 미용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 내년부터 경기 지역에도 추가 영업장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미용실로 확대된 '공유경제'…"신(新)산업 육성하려면 규제 완화 필요해"
공유 미용실은 '공유경제'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공유경제란 제품, 서비스, 공간 등을 필요에 의해 공유하는 소비경제를 뜻한다.

지금까지 자동차, 숙소, 사무실 공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돼왔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엔 공유경제에 대한 규제가 많아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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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기존 산업 부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공유경제와 관련된 규제가 반드시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명예교수는 "공유경제를 통해 사업주는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는 질 높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안전, 위생, 공정 경쟁 등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한다면 새로운 형태로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