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 마이스터. 사진=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사진=기아
잘나가는 기아가 '스팅어'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흐름이 거세지는 가운데 스팅어 브랜드 단종과 전기차 전환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실무 차원에서 단산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신차 출시 관련 별도 연구개발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긴 내년 하반기 이후 생산을 중단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스팅어는 2017년 출시 이후 판매량에선 줄곧 부진한 성적을 보여왔다. 기아로선 단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2017년 6122대로 출시 첫해 가장 많이 팔린 뒤 2018년 5700대, 2019년 3644대, 지난해는 3525대 팔려 매년 하락세다. 해외 판매도 부진하다. 2018년 2만9179대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걸었다. 2019년 1만9869대, 지난해엔 1만2852대 팔렸다.

그간 심심찮게 단종설이 흘로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연식변경 모델 출시로 단종 우려를 일단 씻어냈지만 이 모델이 사실상 마지막 스팅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수익성을 따지면 단종하는 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고성능차 특성상 많은 판매량을 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 당초 개발 비용이 높은 만큼 수익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2022 스팅어. 사진=기아
2022 스팅어. 사진=기아
그러나 스팅어 단종은 기아로선 아쉬운 측면이 있다. 판매량이 부진하긴 했지만 고성능차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스팅어의 활용 가치는 고려해볼 만하기 때문이다. 국내 고성능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승산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년 전부터 '스팅어 전기차설'이 제기돼 온 이유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 총괄은 지난해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팅어의 새로운 모델을 준비 중"이라며 "기아 브랜드가 전기차 트렌드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스팅어의 정신이 기아에 남아있길 바란다"고 언급한 점도 전기차로의 재탄생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스팅어 전기차 개발은 기아로선 다소 부담스럽다. 판매량과 수익성 개선을 담보할 수 없다면 리스크를 무리해 짊어질 이유가 없어서다.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가 쏟아지는 가운데 내연기관차 기반 파생 전기차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고민스러운 대목.

업계 관계자는 "스팅어 전기차 전환 여부는 전기차로 개발했을 때 대중화가 가능할지에 달렸다. 현재로선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기존 스팅어 판매량 뿐이라 망설여지는 것"이라며 "단종하거나 아예 현대차 N 브랜드처럼 고성능 전용 브랜드를 신규 출범하는 게 향후 시장 선점 차원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이 '수소 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수소전기 콘셉트카 '비전 FK'가 스팅어의 후속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비전 FK는 현대차그룹이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과 공동 개발 중인 2도어 쿠페 시제품이다. 스팅어와 외관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