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3)가 최근 한국 여자골프의 약해진 경쟁력을 언급하며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선수들이 계속 미국으로 넘어와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8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 이천GC에서 열린 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다.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여자 골프는 202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원하는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박인비와 고진영(26), 김효주(26)가 각각 1승씩을 수확한 것이 전부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매년 10승 이상 씩을 휩쓸었던 것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특히 올해 열린 5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놓쳤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2010년 이후 11년만이다.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박인비와 김효주, 전인지(27)는 "(한국 선수들의) 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인비는 "선수층이 다양해졌다"며 "유럽과 아이사의 어린 선수들의 체격은 10년전과는 다르다. 비거리 차이도 많이 나고 압도적인 선수들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 등 신예 선수들이 등장했고 한국 선수들이 설 자리가 비좁아졌다는 뜻이다.KLPGA투어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선수들의 미국 도전 의지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박인비는 "한국 선수들은 국내 투어에서 충분히 기량을 펼칠 수 있다"며 "미국에 도전하는 선수가 줄었다. KLPGA 선수들이 계속 미국으로 넘어와줘 (선수가) '충전'이 되면서 경쟁력이 유지되는데 지금은 부족하다"고 짚었다. 박인비는 또 "어린 선수들이 도전해서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이 유지되면 좋겠다"고도 했다.전인지도 "많은 공감을 한다"며 "KLPGA투어가 워낙 활성화돼서 어린 친구들이 미국보다는 한구에서 기량을 펼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입장에서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에 도전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올해 K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박민지(23)는 선배들의 조언에 대해 "인생의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예전에는 막연히 해외에 가고 싶다고만 생각했지만,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며 "KLPGA투어가 활성화되기도 해서 제 인생에 뭐가 중요한지 시즌 끝날 때까지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 포토슬라이드 202109077136H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 원) 1라운드 경기가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CC(파72·6722야드)에서 열렸다. 대회에 출전한 안소현이 1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한경닷컴 연예이슈팀 newsinfo@hankyung.com
이보다 더 완벽한 생애 첫 승이 있을까.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로 시작해 3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를 달리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다. 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데뷔 5년차에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을 차지한 김수지(25)가 주인공이다.김수지는 이날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CC(파72·672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소미(22)를 2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컵과 우승 상금 1억2600만원을 품에 안았다. 3라운드 내내 선두이번 대회에서 김수지는 3라운드 내내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3라운드 모두 단독 선두를 지켰고 54개 홀에서 보기는 단 2개로 막았다.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둔 최종 라운드. 중압감 탓인지 시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1번홀(파4)에서 1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다. 하지만 3번홀(파5)부터 두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7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바짝 붙이는 날카로운 샷감으로 버디를 잡아냈다.후반 들어 시즌 3승을 노리는 이소미가 매섭게 추격했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김수지와 함께 경기하며 우승을 다툰 이소미는 전반 7번홀(파4)에서 통한의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이 홀에서 김수지는 버디를 잡고 4타 차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13번홀(파4)부터 이소미의 반격이 시작됐다. 4.5m 버디 퍼트를 시작으로 15번홀(파4)까지 버디 3개를 내리 쓸어 담았다. 단숨에 3타를 줄이며 김수지를 1타 차 턱밑까지 추격했다.그래도 김수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10번홀(파4) 버디 이후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14언더파에 멈춰 있던 상황. 16번홀(파3)에서 김수지의 티샷이 홀 3m 옆에 멈춰섰다. 김수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성공시키며 2타 차로 달아났다. 이후 남은 2개 홀을 파 세이브로 막아냈다. 부담감에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2타 차를 지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데뷔 5년차 무명 ‘끝’2017년 데뷔한 김수지는 115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랭킹 20위 안에 들어본 적도 없는 무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상금랭킹이 84위로 떨어져 시드전을 거쳐 투어에 복귀했다.지난 6월 경기 포천에서 열린 한경·BC카드 레이디스컵은 김수지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4위, 지난달 하이원리조트에서 13위를 기록하며 그간 쌓아온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5년간 묵묵히 쌓아온 내공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빛났다. 눈앞에 다가온 생애 첫 승의 중압감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 내내 선두를 지켰다. 경기를 마친 뒤 김수지는 “시드전을 다녀온 뒤 그전에 했던 골프를 다 버리고 많은 것에 변화를 줬다”며 “큰 도움을 준 경험이었고, 좋은 시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