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선 스타라이너 무인 시험비행도 연기…러 "지원 프로그램 고장이 원인"
러시아의 다목적 과학·연구 실험실 모듈 '나우카'(과학)가 발사된 지 8일만인 29일 오후 지구 400㎞ 상공 궤도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했다.
그러나 도킹 뒤 갑작스럽게 추진엔진이 재점화하면서 ISS가 정상 자세보다 45도가량 기울었으며 다른 모듈의 역추진 엔진을 긴급 가동해 정상을 되찾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 사고로 30일로 예정된 보잉사 유인캡슐 'CST-100 스타라이너'의 ISS행 무인 시험비행을 연기했다.
지난 2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M' 로켓에 실려 발사된 나우카는 궤도비행 초기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이날 오후 1시29분(세계표준시)께 ISS 본체이자 주거용 모듈인 러시아의 '즈베즈다'(별)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드미트리 로고진 사장은 소형 모듈 '라스스벳'(여명) 이후 11년만에 이뤄진 러시아 모듈의 ISS 도킹이 완료된 뒤 "접촉이 이뤄졌다"고 트윗을 통해 밝히고 즈베즈다에 도킹한 사진을 공개했으며, NASA도 도킹 성공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나우카의 추진 장치가 도킹 뒤 3시간 만에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가동돼 우주정거장을 정상 자세에서 45도 기울게 했으며" 지상관제소에서 ISS의 균형을 잡기 위해 즈베즈다의 추진 엔진을 긴급 가동했다고 NASA는 밝혔다.
이 조치로 ISS는 약 45분 만에 정상 자세를 되찾고 우주비행사들도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한때 우주비행사 7명의 비상 탈출에 대비해 ISS에 도킹 중인 스페이스X의 '크루-2 드래건' 캡슐까지 가동할 준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지상관제소와 우주비행사 간에 통신이 두 차례에 걸쳐 짧게 끊어지기도 했으나 "즉각적인 위험은 없었다"고 NASA는 밝혔다.
NASA는 나우카 모듈의 추진 장치가 의도치 않게 가동된 이유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스타라이너의 무인 시험비행을 적어도 내달 3일 이후로 연기했다.
로스코스모스는 나우카 모듈이 도킹 뒤 비행 모드에서 도킹 모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으며, 연료가 남아있던 상태였다면서 추진엔진에 남아있던 연료가 재점화의 원인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으로 타스통신이 전했다.
스타라이너는 지난 2020년 12월에 이뤄진 무인 시험비행이 소프트웨어 오류로 ISS에 도킹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난 뒤 오랜 보완작업 끝에 이날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틀라스5호 로켓에 실려 두 번째 무인 시험비행에 나설 예정이었다.
무인 시험비행에 이어 유인 시험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끝나야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처럼 NASA 인증을 받아 우주비행사를 ISS로 운송할 수 있게 된다.
ISS 러시아 섹터 운항팀장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30일 나우카 모듈 엔진의 갑작스러운 가동이 지원 프로그램 고장 때문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솔로비요프는 "잠깐의 (프로그램) 고장으로 나우카 모듈 엔진의 후진 명령이 잘못 내려졌다.
그 결과 우주정거장 전체 방향이 일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즈베즈다 모듈 엔진 가동을 통해 문제를 즉각 해결했다면서 "현재 우주정거장은 정상 방향을 잡았으며, 정거장과 (나우카) 모듈의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우카 모듈은 1990년대 중반 ISS의 첫번째 모듈인 자랴(노을)의 백업 모듈로 처음 구상됐으나 이후 과학 모듈로 변경됐으며, 당초 2007년에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예산과 행정 차질 등으로 발사가 지연돼왔다.
나우카는 지난 2001년 ISS에 임시로 연결된 뒤 임무가 연장되며 20년간 가동돼온 '피르스'(부두) 모듈을 대체하게 된다.
피르스 모듈은 금주 초 나우카에 자리를 내주기 위해 ISS에서 떨어져 나온 뒤 대기권 진입 과정에서 상당 부분 불에 타고 잔해가 태평양에 떨어져 수장됐다.
총 20t에 달하는 나우카는 과학 실험과 연구 장비 이외에 물과 산소발생기를 갖추고 새로운 저장 공간과, 변기 등을 제공해 우주비행사의 생활 조건을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SS는 러시아가 운영하는 부분과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가 관리하는 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러시아 측이 지난 4월 ISS 인프라의 노후화를 들어 철수를 검토 중이며 2025년께 새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혀 장래가 불투명한 상태다.
새 우주정거장 건설을 비롯해 러시아 측이 야심찬 우주탐사 계획을 발표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크렘린 당국이 군사분야로 예산을 돌리고 있어 이런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