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산 장편소설 'AI가 쓴 소설'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지만, 이면엔 위협적인 요소도 있다.

인간이 수행 중인 여러 직업을 AI가 대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어서다.

세계 인구는 늘고 일자리는 감소하는 상황에서 AI가 우리 생업을 서서히 잠식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놓고 정책 입안자들과 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AI가 인간의 모든 지적 능력의 합계를 능가하는 특이점이 오기도 전에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AI는 사람이 즐기는 두뇌 스포츠 가운데 가장 복잡한 사고를 요구한다는 바둑에서 인류를 가볍게 넘어선 지 오래다.

번역가와 회계사 등은 조만간 사라질 직업 영순위로 꼽힌다.

AI가 기사를 작성하고 작곡과 작사를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는 소식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AI는 오래전 소설과 시를 쓰기 시작했다.

창조성이 요구되는 직업이나 예술 분야에서도 AI의 습격이 시작된 셈이다.

박금산의 신작 'AI가 쓴 소설'은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감각의 장편소설이다.

AI가 창작한 소설은 무엇이 다를까?
주인공인 전업 소설가 C는 출판사에서 파트 타임 일용직으로 일하기로 한다.

맡은 업무는 출판사 사장이 넘겨준 소설 원고를 읽고 평을 하는 것이다.

업무를 시작하고 이상하게 느낀 건 출판사에서 작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는 데다 C가 리뷰를 하고 나면 금세 그의 의견을 반영해 새롭게 고친 원고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C는 의심한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빨리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작가의 정체는 뭘까? C는 의심과 상상을 거듭한 끝에 원고를 넘기는 작가는 AI일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다면 AI가 쓴 소설은 인간이 쓴 것과 무엇이 다를까?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람이 쓰지 않은 소설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까? AI도 사람처럼 편향적 시각을 문학에 반영할까? C의 의심은 이처럼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에 관한 본질적 고민으로 바뀐다.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AI가 쓴 소설이 각종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예심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일찌감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제는 AI가 쓴 소설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박금산은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를 나오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편 '존재인 척 아닌 척', '남자는 놀라거나 무서워한다, 연작 '바디페인팅', 소설집 '그녀는 나의 발가락을 보았을까' 등이 있다.

오영수문학상을 받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소설 창작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