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기 전까지, 강채영(25·현대모비스)은 '비운의 궁사'로 불렸다.
2016 리우올림픽 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절친 언니' 장혜진(LH)에게 1점 차로 져 올림픽 꿈을 이루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1년 연기되는 바람에 대표선발전을 두 번이나 치러야 했다.
끝내 오른 도쿄 사대에서 강채영은 대범하게 활을 쏘고 주장으로서 장민희(인천대)와 안산(광주여대)을 잘 이끌며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첫 올림픽 메달까지 멀리 돌아오는 과정은 마음고생 그 자체였다.
강채영은 늘 세계랭킹 1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과하게 훈련하곤 했다.
소속팀 현대모비스 양창훈 감독에게는 강채영이 '오버트레이닝'을 하지 않도록 완급조절을 시키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다른 지도자들이 선수들 운동시킬 때 양 감독은 더 훈련하겠다는 강채영을 말리느라 바빴다.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이 미뤄지고 국제대회에 못 나가 공백기 아닌 공백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강채영의 마음고생은 더 심해졌다.
강채영의 조급증이 심해질 때면 양 감독은 마흔이 되도록 활을 쏘며 '롱런'하는 마흔 살 오진혁(현대제철)을 배우라고 했다.
스물다섯 강채영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있으니,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도 언젠가 올림픽 금메달을 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오진혁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은 강채영은 결국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은 어깨 회전근이 끊어지는 부상 속에서도 활을 놓지 않고 꾸준히 현역으로 뛰었고, 9년 만에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오진혁은 김우진(청주시청), 김제덕(경북일고) 등 동생들을 이끌고 26일 남자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