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2~3월께 구두 협의, 주둔국·유엔 제의시 접종가능 판단"
정은경 "국방부와 국외 반출 세부 논의한 적 없어"
軍-질병청, 파병부대 백신 접종 협의여부 놓고 '입장차'(종합)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 발생한 가운데 파병부대 백신 접종 협의 여부를 놓고 국방부와 질병관리청의 입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군과 방역 당국이 함정에서 벌어진 '방역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양새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질병청은 19일 파병부대를 위한 백신의 국외 반출과 관련해 국방부와 세부적인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방부 측은 관련 부서에서 질병청과 파병부대 접종을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백신)국외 반출과 관련해 국방부와 세부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국방부는 '알림'을 통해 "질병청과 2~3월, 해외 파병부대 등에 대한 예방접종과 관련해 구두로 협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질병청 브리핑에서 '세부적으로 논의가 없었다'고 한 언급은 국방부와 질병관리청간에 구두 협의한 이후 청해부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당시 질병청과 협의한 결과, 해외 파병 중인 인원 중 주둔국과 유엔에서 접종을 제의한 경우에는 개인 동의 하에 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방부와 질병청이 유엔의 제의라면 가능하다고 판단한 만큼 외교적 노력을 통해 유엔에 청해부대 장병에 대한 접종을 요청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유엔의 요청에 따라 파병을 했지만, 특정국에 주둔하는 성격이 아니고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상에서 바레인에 있는 연합해군사령부(CFM) 협조 아래 독자적인 작전활동을 하는 부대다.

그렇다 보니 주둔국에서 접종을 제의하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국방부와 질병청의 이런 협의는 청해부대 34진이 출발한 2월 8일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34진은 출발 전 한 명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

이에 국방부는 "(질병청과 협의 결과)백신 해외 이송 및 접종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외 체류 장병에 대한 백신 접종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해외 체류 파병 장병에 대해 유엔 협조 요청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로 더는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방부 요청에 대해 질병청 측에서 '국내 백신 물량이 부족해 파병부대 접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질병청의 이런 의견에 따라 더는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파병부대 백신 문제로 국방부가 일방적인 질타를 당하는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질병청도 최근 브리핑에서 '파병부대보다 내국인 접종이 우선'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질병청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외국의 파병군인 또는 재외국민, 주재관 등에 대해서는 백신을 직접 가져다드리는 방식으로 접종을 진행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의 접종 진행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또 그런 상황에서 재외국민이나 또 파병 군인들에 대해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국외 반출 가능 여부를 놓고도 질병청과 국방부의 설명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들은 청해부대 기항지에서 왜 접종을 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백신을 계약했을 당시 제조사가 국외 반출을 금지한 점이 현지 접종이 어려운 사유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 청장은 브리핑에서 해외 파병 부대에 백신을 보낼 수 있느냐는 질의에 "국제법과 관련해서는 군인에 대한 접종이기 때문에 제약사와 협의해 백신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면서 "(다만) 이 부분도 정확하게 비행기 운송이나 배에서의 접종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하고 결정할 필요가 있는 사안으로 본다"고 밝혔다.

문무대왕함 승조원 301명은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지 못한 채 지난 2월 아프리카 해역 아덴만으로 출항했고, 19일 현재 승조원 82%인 2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정부와 군 당국이 승조원들에 대한 사전 및 사후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집단감염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