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6)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동행은 지금까지 결과만 보면 서로가 '윈윈'이다.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를 거쳐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한 이용규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화에서 결별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무적 신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키움이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계약이 일사천리로 성사됐다.

명예 회복을 원했던 이용규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의 구성상 이들을 한데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했던 키움 구단의 목적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버건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용규는 키움이 기대했던 구심점 역할 그 이상이었다.

이용규는 올해 전반기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70안타, 25타점, 47득점, 8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400으로 이정후(0.441)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다.

외야수 박준태(타율 0.125)와 허정협(0.139)이 부진한 올 시즌, 키움은 이용규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스프링캠프부터 솔선수범한 것은 물론 근성과 승부욕,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후배들이 보고 배울 게 많은 이용규를 홍원기 감독은 아낌없이 칭찬했다.

홍 감독은 "이용규가 공격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분전해줬다.

이용규의 활약이 전반기 큰 소득"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난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용규는 그러나 전반기 성적이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그는 "부상 없이 전반기를 마친 건 긍정적이지만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격차가 심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잘하는 선수들은 컨디션 나쁜 시기가 짧은데, 나는 차이가 크게 났던 것 같다"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선수들은 항상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상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기에 고민은 끝이 없다.

이용규는 타격폼에서도 레그킥을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방향으로 수정에 들어갔다.

그는 "남들 눈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큰 변화"라며 "이번 휴식기를 이용해 잘 연습해서 후반기 시작할 때 첫 경기부터 좋은 타이밍으로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용규는 팀 내 최고참임에도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한 타석이라도 더 살아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젊고 자율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키움에 꼭 필요했던 모습이다.

그런데 이용규는 오히려 젊은 후배들에게 배운 게 더 많다고 했다.

그는 "키움에 와서 보니 다들 야구를 잘 알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매년 가을야구를 해본 친구들이라서 목표도 높게 잡고 안주하지 않더라. 나도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새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이그가 가세하고 거포 박병호가 복귀할 후반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는 "후반기에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게 목표다.

우리 팀이 전반기에는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내 생각에는 후반기에 키움이 더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타자들과 불펜이 조금 더 힘을 내면 전반기보다 더 좋은 성적, 승률을 기록할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예상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