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버니, 트위티, 태즈, 포키 피그, 실베스터.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고전 만화영화 '루니 툰' 캐릭터들이 21세기 농구 황제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왔다.

마이클 조던이 출연해 흥행 대박을 이끌었던 영화 '스페이스 잼'(1996)의 속편이 무려 25년 만에 나왔다.

제목은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
한 세대에 가까운 세월의 격차는 오리지널과 속편에서 크게 보면 두 가지 차이를 만들었다.

미국프로농구(NBA) 통산 득점과 출전 시간 1위 기록을 갈아치운 르브론 제임스가 '원조 농구 황제' 조던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것과 4차 산업혁명의 화두인 '메타버스'를 구현한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영화에서는 워너브러더스의 모든 데이터가 들어있는 서버 속 세상이다.

제임스는 농구보다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을 데리고 워너브러더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는데, 워너브러더스 알고리즘인 '알지 리듬'에 의해 디지털 세계로 끌려들어 가게 된다.

아들을 되찾기 위해서는 농구팀을 구성하고,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 제임스 눈앞에 나타난 것은 당근을 아삭 깨물며 "뭔 일이셔, 선생"이라고 말하는 귀를 쫑긋 세운 토끼, 벅스 버니.
벅스 버니는 제임스에게 농구팀에 합류할 팀원들을 찾아주겠다며 뿔뿔이 흩어진 루니 툰 친구들을 찾아 나서고, 그렇게 모인 툰 캐릭터들은 드림팀 '툰 스쿼드'를 결성한다.

제임스는 정석대로 농구 코치를 하지만, 기존의 규칙이 모두 깨진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던 툰 스쿼드는 기존 전략을 버리고 캐릭터마다 특성을 살려 경기에 나서며 역전을 꾀한다.

영화는 한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만화영화 속 캐릭터들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을 산다.

1940년대 극장판 단편 애니로 탄생한 루니 툰 캐릭터들은 1990년대에는 과자 봉지에 들어있는 일종의 딱지인 '따조'로 인기몰이를 했었다.

벅스 버니를 비롯해 아기새 트위티,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는 태즈 등은 2D와 3D를 오가며 재탄생해 즐거웠던 어린 시절의 감성을 불러온다.

루니 툰 캐릭터들이 익숙하지 않은 관객층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영화에는 '원더우먼', '배트맨', '해리포터', '매트릭스', '킹콩' 등 워너브러더스의 애니메이션과 영화 속 캐릭터가 총출동해 순간순간 탄성을 자아낸다.

툰 스쿼드의 상대편인 '군 스쿼드'에는 클레이 톰프슨 등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거대한 날개나 거미 다리 등을 장착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캐릭터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바닥이 '쩍'하고 갈라지며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갈라진 바닥 틈에서 '뿅'하고 튀어나오는 옛날 만화영화의 명랑함과 마치 고사양 게임처럼 점프 능력을 높여주는 부스터 등 상상하는 모든 것이 구현되는 현란한 기술이 공존하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제작진 역시 "모션 캡처와 전통적인 2D 애니, 이 영화만을 위해 개발한 기술까지 모든 것을 다 이용했다"며 최첨단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보는 재미 외에도 메타버스를 도입한 새로운 개념의 블록버스터의 탄생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거나 폭발, 총격신 없이도 현란한 연출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느끼게 한다.

꿈이나 상상 속 세상이 아닌 현실과 이어진 가상세계라는 영화의 배경은 벅스 버니가 당장이라도 옆자리에서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대를 하게 한다.

오는 15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