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게임사, 만리장성 넘는다 [이슈플러스]
<앵커>

최근 중국이 국내 게임사인 펄어비스에게 영업 허가권을 내주면서 게임 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의 기대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습니다.

47조원에 달하는 중국 게임시장에 우리 게임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지, 성장기업부 이준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중국이 펄어비스에게 내준 영업 허가권이 뭔가요?

<기자>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국내 게임 회사입니다.



이번에 중국이 영업 허가권을 내준 게임도 검은사막의 모바일 버전인데요,

중국의 게임 영업 허가권은 정식 명칭이 판호라고 하는데, 펄어비스가 받은 것은 외자 판호라고 하는 게 정확합니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중국 당국이 발급하는 일종의 허가 번호입니다.

쉽게 말해 판호를 받지 못하면 중국에서 게임 자체를 아예 운영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번에 펄어비스가 획득한 판호는 심사 대상이었던 글로벌 43개 게임 가운데 한국 게임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습니다.

<앵커>

펄어비스의 판호 획득이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소식들 들었는데, 중국에서 외국 게임사들이 영업권 허가권을 받기가 어려운가요?

<기자>

중국 당국은 외국 게임사들에게 부여하는 외자판호 심사 결과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게임사들의 판호 획득 소식은 최근 몇 년 동안 들리지 않았는데요,

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017년 이후 판호 발급이 유독 한국 게임사에게 제한됐습니다.

2017년이면 잘 아시겠지만 바로 사드 보복을 이유로 중국의 한한령이 본격화된 시기입니다.



실제로 2017년 이후 국내 게임사의 중국 외자판호 획득은 4년 여동안 단 한 개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에 컴투스가 판호를 발급받았고 올해 들어 핸드메이드게임과 펄어비스가 판호 획득에 성공한 겁니다.

굳게 닫혀 있던 중국 게임 시장의 빗장이 서서히 풀리는 게 아니냐. 이런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이문종 /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 : 확실한 것은 내주지 않았던 판호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이번에 검은사막 나온거는 인지도가 있는 게임이고 메인 게임을 내준겁니다. 신청하면 예전처럼 고의적으로 안해준다는 느낌은 없어졌습니다]

<앵커>

중국의 게임 시장은 규모만 47조원에 달할 정도인데,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의 진출이 제한되면서 상당히 어려웠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말씀하신데로 중국의 게임시장은 47조원이 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형성됐습니다.

중국이 지난 4년여간 국내 게임사에게 판호를 발급해주지 않아 게임업계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겪었는데요,

판호를 받아 직접 진출하는 시장이 막히면서 중국 개발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기술을 제공하는 형식에 그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수익을 올려온 겁니다.



실제로 라그나로크M을 개발한 그라비티는 중국 게임사와 공동 개발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크래프톤은 중국판 배틀그라운드 게임에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로열티를 받아왔습니다.

국내 게임사의 경우 게임 IP, 즉 지식재산권의 글로벌 경쟁력이 워낙 높은 만큼 흥행이 보장된 게임이 많습니다.

때문에 외자 판호를 획득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날 경우 세계 1위 중국 게임시장의 도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습니다.

<앵커>

펄어비스의 판호 획득 소식으로 게임주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인데, 다음 후보로 기대되는 곳은 어디인가요?

<기자>

이번 펄어비스의 판호 획득이 유독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MMORPG라는 게임 장르 때문입니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MMORPG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판호 발급을 꺼려왔는데요,



MMORPG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을 말하는데, 국내 게임사들의 핵심 장르로 꼽힙니다.

펄어비스 전에 판호를 획득한 게임은 MMORPG가 아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때문에 펄어비스처럼 MMORPG가 주력인 대형 게임사들로 기대감이 점점 번지고 있는 겁니다.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게임사로는 펄어비스를 비롯해 넥센과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웹젠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주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IP를 보유한 기업들인데, 현재 중국 진출을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인 만큼 좋은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진구 / KTB투자증권 연구원 : 현재 판호라는 전제를 놓고 보면 펄어비스와 넷마블 정도가 유리한 입지입니다. 펄어비스는 중국 현지 게이머들의 기대순위 상단에 노출됐기 때문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했고 넷마블은 기존 신청들어갔던 판호들이 있기 때문에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기대감이 너무 높으면 실망감도 크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펄어비스의 판호 획득으로 중국이 게임 시장의 빗장을 풀었다. 이렇게 기대해도 되는건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데로 이번 펄어비스의 판호 획득은 한국 게임사의 주력인 MMORPG를 풀어줬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상당히 높은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국내 게임사에게 완전히 문을 열어줬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지난 2017년 이후 현재까지 판호를 획득한 게임은 겨우 3개에 불과합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수 많은 게임을 중국에 외자 판호 신청을 해놨지만 여전히 보류상태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중국 당국이 판호를 발급하는 기준도 모호한데다 발급 조건도 기존에 비해 까다로워진 것도 문제입니다.

때문에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판호를 내주기를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위정현 /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판호 문제는 여전히 중국 정부가 한 두개 내주면 받고 안 내주면 못받고 이런 형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현재 상황에서 한한령을 해제하려는 움직임 조차 안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판호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이준호기자 jhlee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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