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두산 1군선수 코로나 확진에 리그 중단…'대체선수로 경기진행' 매뉴얼 위반 논란
정상운영 어려우면 이사회 통해 중단 가능 …"그대로 진행하면 특정 팀만 유리" 지적도

[팩트체크] KBO '리그중단' 결정이 원칙 어긴 특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프로야구 리그 중단을 결정한 것을 두고 특정 구단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KBO는 지난 12일 서울 KBO 사옥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리그 운영 방안을 논의한 결과 "13∼18일 예정된 프로야구 경기를 순연하고 추후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프로야구는 19일부터 내달 9일까지 도쿄올림픽 휴식기를 거쳐 8월 10일 리그를 재개할 예정이다.

KBO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일부 구단의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전력이 저하됨에 따라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는 1군 선수 중 확진자 3명에 밀접 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가 15명이고, 두산 베어스는 1군 선수 중 확진자 2명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17명이다.

두 팀 다 1군 전력의 절반 이상이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리그 중단 결정을 두고 일부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KBO가 특정 구단에 편향적인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잔여 경기를 원래대로 하기로 한 합의를 뒤집고 두산과 NC에 혜택을 부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프로야구 리그규칙 등 관련 규정과 리그 세부일정 등을 살펴 KBO의 리그중단 결정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따져봤다.

[팩트체크] KBO '리그중단' 결정이 원칙 어긴 특혜?
◇ KBO 매뉴얼 어기면서 리그중단?…정상운영 어려우면 이사회 통해 리그중단 가능
우선 KBO가 내부지침까지 어겨가며 리그중단을 결정했다는 주장은 지난 3월 KBO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KBO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팬들의 오해로 파악된다.

이들의 주장처럼 KBO의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는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구단은 대체 선수를 투입해 리그 일정을 정상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1군 선수 중에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발생하면 2군 선수를 투입해서라도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매뉴얼에는 '엔트리 등록 미달' 등 구단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정상적인 리그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즉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 등이 발생하더라도 리그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정상적인 리그운영이 불가능할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각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이사회 등을 통해 중단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정상적인 리그운영이 불가능한 수준에 해당할까?
'KBO 리그규칙'에 따르면 1군 선수단의 엔트리는 총 28명(경기출장은 26명)인데, 각각 18명과 19명의 1군 선수가 경기를 뛸 수 없는 NC와 두산으로서는 엔트리 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매뉴얼이 규정한 대로 '이사회를 통해 리그중단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리그중단 결정은 프로야구 리그규칙에도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

리그규칙 8조는 "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정 등으로 중지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 총재는 경기의 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 하에서는 총재가 이사회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리그중단이라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결정은 리그규칙과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른 정상적인 중단 결정"이라며 "전 구단 사장단이 참여한 이사회가 합의한 사안으로 총재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팩트체크] KBO '리그중단' 결정이 원칙 어긴 특혜?
◇ NC·두산에만 유리한 결정?…중단 안 하면 '순위 경쟁' 상대 팀에 불이익
리그중단 결정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구단에만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타당하지 않다는 평가다.

리그중단이 전력이 크게 떨어진 NC와 두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대로 경기를 진행하면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다른 구단들에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경기를 뛰지 못하는 동안 NC·두산과 경기를 치르는 구단은 반사 이익을 얻지만, 두 팀과의 경기가 없는 다른 구단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NC·두산과 경기가 예정됐던 구단은 KT와 SSG, KIA 등인데 경기를 일정대로 치른다면 순위 다툼 중인 다른 구단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1위인 KT의 경우 NC, 두산과 연이어 경기 일정이 잡혀 있어, 리그가 중단되지 않았다면 전력이 약화한 NC·두산을 상대로 사실상 '1위 굳히기'에 나설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KT와 2게임 차로 치열한 1위 경쟁 중인 LG로서는 KBO의 리그중단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일정을 그대로 치르면 전력이 크게 약화한 NC와 두산을 만나는 구단만 유리해진다는 점을 이사회가 우려해 리그중단 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며 "NC와 두산에만 유리한 리그중단이라는 지적이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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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