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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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개인들이 변동성 장세에서 보유 종목 추가매수 또는 급락한 종목에 대한 저가매수 전략을 적극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종목별 차별화 장세에서는 개인들이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빚투'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공여잔고는 24조5977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1일 사상 첫 24조원대에 올라선 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공여잔고는 13조6052억원, 코스닥시장은 10조9925억원이다. 시장 전체 규모 대비 코스닥시장의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공여는 신용거래 융자, 신용거래 대주,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의 형태로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빚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 증권사들도 신용공여를 재차 중단하고 나섰다. 자기자본에 비례하는 신용공여 한도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신용공여잔고가 18조원을 돌파했을 때도 증권사들이 줄줄이 신용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확충해 한도를 늘렸지만 '빚투' 증가 속도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신증권과 DB금융투자는 지난 6일부터 신용융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통상 코스피지수가 대세 상승할 때 빚투가 급증해왔다. 지난 1월 7일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하자 신용공여잔고가 사상 첫 20조원에 올라섰다. 개인들이 시장을 주도하며 대세로 떠오르는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주로 취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오를 때 신용 서비스를 이용한 일명 '불타기'에 나서는 식이다. 때문에 상승 후 조정장을 만났을 때 반대매가 속출하면서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높아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빚투 증가세는 다소 다른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3200~3300선을 오가고 있다. 시장 주도주도 딱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치주와 성장주간 순환매 장세다. 개인들이 대응하기엔 어려운 장이다. 이 가운데서도 빚투가 늘어나는 건 개인들이 자신이 보유한 종목이 떨어졌을 때 추격매수에 나서거나 급락한 종목에 대해 저가매수 전략을 펼친 결과로 볼 수 있다. 많게는 12%까지 올랐던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최근 5~6%대로 비교적 양호한 이유다. 이달 들어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1조4959억원), SK하이닉스(7222억원), SK이노베이션(4499억원), 현대차(3934억원) 등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변동성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개인들이 대응하기 어려운 '전문가의 시간'이 다가왔단 얘기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외관상으론 천천히 움직이는 듯 하지만 종목별 차별화는 어떤 때보다 강해지는 추세"라며 "이런 장세에서 빚투를 하기에는 개인들이 감당해야할 리스크가 예전보다 더 크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