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69㎏서 76㎏급으로 올리고도 올림픽 출전권 획득 '행운'
세계 1, 2위 림정심·장왕리 불참…합계 255㎏ 들면 메달 가능성
불운을 뚫고 견뎌내니, 행운이 찾아왔다.

김수현(26·인천광역시청)에게 올림픽 역도 체급 조정은 불운했지만, 최종 엔트리 결정 과정에는 행운이 따랐다.

"여러 생각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 아닐까요.

"
김수현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도 말했다.

그는 "달라진 체급 체계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영광스럽게도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며 "그런데 내 체급에 북한, 중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

나는 잃을 게 없는 선수다.

메달을 목표로 과감하게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수현은 역도 여자 69㎏급 선수였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도 69㎏급 경기에 출전했다.

국제역도연맹(IWF)은 2018년 10월부터 남녀 8체급을 남녀 10체급씩으로 재편했다.

여자부 체급은 45㎏급, 49㎏급, 55㎏급, 59㎏급, 64㎏급, 71㎏급, 76㎏급, 81㎏급, 87㎏급, 87㎏이상급으로 바뀌었다.

69㎏급이 사라지면서, 김수현은 71㎏급을 택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남녀 7체급씩'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여자는 49㎏급, 55㎏급, 59㎏급, 64㎏급, 76㎏급, 87㎏급, 87㎏ 이상급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뽑혔다.

김수현이 택한 71㎏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결국, 김수현은 짧은 순간에 69㎏급에서 76㎏급으로 급격하게 체급을 올려야 했다.

이런 불운을 김수현은 웃으며 극복했다.

대표팀 내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하는 김수현은 "신세 한탄하고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라며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런데 내가 올림픽에 출전한다.

체급 재편이 불운하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아주 불행한 건 아니었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김수현은 "76㎏급에서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라고 몸을 낮췄지만, 그는 도쿄올림픽 출전 포인트 5위에 올라, 상위 8위까지 얻는 '우선권'을 손에 넣었다.

노력의 결과는 그만큼 달콤했다.

도쿄올림픽 최종 엔트리 14명을 확인한 뒤에는, 내심 "해볼 만하다"라는 생각도 했다.

여자 76㎏급 세계 최강은 림정심(북한)이다.

림정심은 2012년 런던 69㎏급,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75㎏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역도 스타'다.

IWF가 체급을 재편한 뒤에도 76㎏급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북한이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서 림정심도 최종 엔트리에서 빠졌다.

림정심에 이어 랭킹 2위를 달리는 장왕리(중국)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 역도에서는 한 국가에서 남녀 4명씩만 출전할 수 있다.

중국 여자 역도는 49㎏, 55㎏급, 87㎏급, 최중량급(87㎏ 이상급)을 택했다.

랭킹 1, 2위가 빠지면서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76㎏급 판도는 예측할 수 없는 혼돈에 빠졌다.

김수현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14명 중 3∼5위권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림정심과 장왕리는 76㎏급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선수"라며 "솔직히 운이 따랐다.

메달 후보로 평가해주시는 건 영광이다.

압박감에 눌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국 역도는 김수현이 합계 255㎏(인상 112㎏, 용상 143㎏)을 들면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김수현은 "나는 인상 115㎏, 용상 145㎏에 도전하고 싶은데"라고 더 의욕을 보였다.

그만큼 김수현은 신나게 운동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훈련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김수현은 '장미란 키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8년 8월 16일, 장미란이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인상 140㎏, 용상 186㎏을 들어 당시 세계 신기록인 합계 326㎏으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역도에 입문했다.

김수현은 "장미란 언니의 경기를 보고 반했다.

곧바로 어머니께 '나 역도 할래'라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어머니는 딸의 선택을 지지했고, 김수현은 남들보다 2∼3년 늦게 역도를 시작했다.

당시 김수현의 역도 입문을 도왔던 지도자가, 도쿄올림픽 한국 역도 대표팀을 이끄는 전상석 총감독이다.

김수현은 역도를 즐겼고, 고된 훈련도 극복했다.

고교 2학년 때 대표팀에 뽑혀 우상 장미란과 만나는 꿈도 이뤘다.

은퇴한 역도 스타 장미란은 미국 유학 중에도 김수현에게 연락하며 후배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을 불어넣는다.

김수현은 역도로 꿈을 이뤘다.

여전히 역도가 좋다.

그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역도로,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며 "매일 꿈꾸는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메달까지 따면,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