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보루 '책'…국가는 출판을 어떻게 통제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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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단턴 '검열관들' 번역 출간
"지겨운 설교조의 책일 뿐, 평범한 모험담, 지루한 농담, 특색 없는 묘사, 재미없는 설명이 즐비합니다.
"
인용한 구절만 보면 어느 신문의 서평 같다.
하지만 이 구절은 18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가 시절, 검열관들이 작성한 검열 기록의 일부다.
저서 '고양이 대학살'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의 신간 '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문학과지성사)는 검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절대왕정 시기이자 계몽주의 시대인 18세기 프랑스,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검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수년에 걸쳐 바스티유 기록 보관소와 영국 국립도서관을 조사했고, 전직 검열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자에 따르면 부르봉 왕가의 검열관들은 대체로 사상의 검증보다는 책의 가독성과 문체 등 '작품성'을 점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예컨대 '영국제도에 대한 책 보고서' 검열 기록에는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정리했으며 역사서로서도 최상이고, 지리서로서도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한마디로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책이다"라는 평가가 적시돼 있다.
또 다른 검열 문서에도 "내용이 피상적이고, 고증이 충분치 못하다", "가벼운 농담조로 쓰였다", "문체가 끔찍하다", "철자가 틀렸다", "지루하다" 등 미학적 평가가 즐비하다.
이는 당시 검열관들이 작가들과 비슷한 직군에 속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당시 검열관 대부분은 작가를 겸했다.
교수나 학자, 성직자, 관료 등의 세계에 몸담고 있기도 했다.
그들에게 검열은 부업이었다.
이처럼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는 사상의 자유가 일정부분 보장됐다.
그러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라 검열이 진행됐다.
19세기 영국령 인도에서는 검열이 전방위적 감시 체제의 수단이었다.
영국에 대항한 인도인의 민족적 항쟁인 '세포이 항쟁' 후 인도 행정청은 서적을 포함한 인도 사회의 모든 부분을 조사해 기록했다.
수천 명의 인도인 관리가 보고서를 작성했고, 영국인 관리는 이를 토대로 인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원칙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면 정부는 작가에 대해 혹독한 제재를 가했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정복의 권리에 의한 통치라는 게 드러나고 인쇄물이 인도 사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민족주의자들이 이에 대응하여 일어났고, 위험한 책이 출간되자, 영국의 인도 통치는 탄압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20세기 공산국가 동독도 체제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출판물을 검열했다.
동독에서는 출판총국이라는 정부 기구가 연간 출판 계획을 세워 동독 내 모든 출판물의 종수부터 분야, 내용까지 사전에 결정했다.
출판총국의 인쇄 허가서가 없으면 책은 출판될 수 없었다.
특히 검열은 출판총국 전문가들의 손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출판계 모든 층위에서 이뤄졌다.
원고는 작가의 자기검열을 거친 뒤 편집자, 외부 심사위원, 출판사, 출판총국, 당 중앙위원회 문화분과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한 출판 당국의 검열 과정은 지난하고, 집요했다.
저자는 검열이란 사회 체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출판 분야에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평생을 '책의 역사', '금서의 역사'를 연구한 저자는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연설을 인용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을 통해서만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검열의 방법이나 용어가 아무리 조심스럽다 하더라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이 세기의 수치다.
"
박영록 옮김. 407쪽. 2만2천원.
/연합뉴스
"지겨운 설교조의 책일 뿐, 평범한 모험담, 지루한 농담, 특색 없는 묘사, 재미없는 설명이 즐비합니다.
"
인용한 구절만 보면 어느 신문의 서평 같다.
하지만 이 구절은 18세기 프랑스 부르봉 왕가 시절, 검열관들이 작성한 검열 기록의 일부다.
저서 '고양이 대학살'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의 신간 '검열관들: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문학과지성사)는 검열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절대왕정 시기이자 계몽주의 시대인 18세기 프랑스, 제국주의 시대인 19세기 영국 통치하의 인도, 20세기 공산주의 동독에서 검열이 이루어진 방식을 면밀히 검토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수년에 걸쳐 바스티유 기록 보관소와 영국 국립도서관을 조사했고, 전직 검열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자에 따르면 부르봉 왕가의 검열관들은 대체로 사상의 검증보다는 책의 가독성과 문체 등 '작품성'을 점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예컨대 '영국제도에 대한 책 보고서' 검열 기록에는 "주제에 대해 완벽하게 정리했으며 역사서로서도 최상이고, 지리서로서도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한마디로 독자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책이다"라는 평가가 적시돼 있다.
또 다른 검열 문서에도 "내용이 피상적이고, 고증이 충분치 못하다", "가벼운 농담조로 쓰였다", "문체가 끔찍하다", "철자가 틀렸다", "지루하다" 등 미학적 평가가 즐비하다.
이는 당시 검열관들이 작가들과 비슷한 직군에 속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당시 검열관 대부분은 작가를 겸했다.
교수나 학자, 성직자, 관료 등의 세계에 몸담고 있기도 했다.
그들에게 검열은 부업이었다.
이처럼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는 사상의 자유가 일정부분 보장됐다.
그러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는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에 따라 검열이 진행됐다.
19세기 영국령 인도에서는 검열이 전방위적 감시 체제의 수단이었다.
영국에 대항한 인도인의 민족적 항쟁인 '세포이 항쟁' 후 인도 행정청은 서적을 포함한 인도 사회의 모든 부분을 조사해 기록했다.
수천 명의 인도인 관리가 보고서를 작성했고, 영국인 관리는 이를 토대로 인도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원칙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있었지만, 정부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면 정부는 작가에 대해 혹독한 제재를 가했다.
저자는 "제국주의가 정복의 권리에 의한 통치라는 게 드러나고 인쇄물이 인도 사회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민족주의자들이 이에 대응하여 일어났고, 위험한 책이 출간되자, 영국의 인도 통치는 탄압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20세기 공산국가 동독도 체제 유지를 위해 철저하게 출판물을 검열했다.
동독에서는 출판총국이라는 정부 기구가 연간 출판 계획을 세워 동독 내 모든 출판물의 종수부터 분야, 내용까지 사전에 결정했다.
출판총국의 인쇄 허가서가 없으면 책은 출판될 수 없었다.
특히 검열은 출판총국 전문가들의 손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출판계 모든 층위에서 이뤄졌다.
원고는 작가의 자기검열을 거친 뒤 편집자, 외부 심사위원, 출판사, 출판총국, 당 중앙위원회 문화분과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한 출판 당국의 검열 과정은 지난하고, 집요했다.
저자는 검열이란 사회 체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출판 분야에서 국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평생을 '책의 역사', '금서의 역사'를 연구한 저자는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연설을 인용하며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을 통해서만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
검열의 방법이나 용어가 아무리 조심스럽다 하더라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이 세기의 수치다.
"
박영록 옮김. 407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