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시
국보부터 '이건희 컬렉션'까지…시공 초월한 한국의 미(종합)
김환기의 전면점화와 15세기 분청사기는 약 5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조형미를 공유한다.

무수한 점들로 이뤄진 두 작품은 정연함 속에 역동성을 드러낸다.

18세기 후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앞에는 천경자의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이 걸렸다.

전통적인 한국 미인과 마주 보는 그림 속 여성은 담배를 물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인 신라금관도 미술관에서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보물로 지정된 신라금관 앞에는 금관을 오마주한 이수경의 신작 공예품이 자리 잡았다.

문화재와 근현대미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보기 드문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의 미(美)를 새롭게 조명하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 전을 오는 8일부터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국보 91호 기마인물형토기 주인상, 보물 339호 서봉총 신라금관 등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 130여 점 등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보와 보물 등 문화재를 들여와 본격적으로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작품도 볼 수 있다.

대구와 광주 등 지역 미술관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전시 중이지만, 서울에서는 첫 공개다.

이중섭의 은지화 1점, 도상봉의 정물 2점, 박영선의 '소와 소녀'(1956) 등 4점이 나왔다.

국보부터 '이건희 컬렉션'까지…시공 초월한 한국의 미(종합)
전시는 '한국의 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문화재와 미술 작품을 함께 봄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한국미의 DNA를 찾으려는 시도다.

근대 미학자인 고유섭, 최순우, 김용준 등의 한국미론을 통해 대표 문화재 10개 주제를 선정하고, 전통이 근현대미술에 어떤 의미인지 조명한다.

작품들은 크게 '성스럽고 숭고하다(聖)', '맑고 바르며 우아하다(雅)', '대중적이고 통속적이다(俗)', '조화로움으로 통일에 이르다(和)' 등 4가지 키워드로 나눴다.

고구려 고분벽화와 통일신라 석굴암 등은 성스럽고 숭고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숙자, 권진규, 박노수 등 많은 작가가 고구려 고분벽화의 모티프나 제작 방법을 활용해 창작했다.

고려청자의 뛰어난 장식 기법과 도상도 후대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적 정서가 강한 이중섭의 그림 '봄의 아동'은 '청자상감 포도동자문 주전자'와 닮았다.

겸재의 진경산수화, 추사의 문인화 등은 세속과 거리를 둔 격조를 보여준다.

이는 무늬가 없는 순백의 달항아리와 통하고, 1970~1980년대 단색조 추상 열풍과 백색 담론으로 이어졌다.

조선 '백자대호'와 도상봉의 '라일락', 겸재 '박연폭'과 윤형근의 '청다색', 겸재 '금강산도'와 이철량 '도시 새벽' 등을 놓고 보면 전통이 현대미술에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엄격히 구분하지만, 이는 오늘날 편의상 나눈 것에 불과하다.

모두 당대의 방식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술품이다.

약 100명에 달하는 참여 작가 명단에는 김정희, 김홍도, 김환기, 김기창, 박수근, 백남준, 신윤복, 이중섭, 천경자 등의 이름이 섞여 있다.

전시는 토기, 도자, 불상, 공예, 조각, 회화,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의 미는 무엇인지 묻는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인에게 내재된 미적 감성이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모았다"라며 "한국미술에서 고대와 근현대 사이 존재했던 높은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월 10일까지.
국보부터 '이건희 컬렉션'까지…시공 초월한 한국의 미(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