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 오르는 `록의 시조`..."상처받은 마음에 연고를"


"상처받은 마음에 연고를, 고통받는 영혼에게 평화를."

팬데믹에서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어떤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자 한국 포크록의 시조 한대수(73)는 이렇게 요약했다.

인생의 40년 이상을 뉴욕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뉴욕에 살고 있는 한대수는 이달 뉴욕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전당 링컨센터(Lincoln Center) 무대에 선다. 이달 링컨센터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 `유 아 히어`(You Are Here) 공연에 한국 아티스트로 유일하게 참여한다.

2일 국제전화로 만난 한대수는 "73년을 살다 보니 노력하고 갈망을 해서 되는 게 많지 않더라. 물이 흐르듯이 흘러가다 보니 산으로도, 푸른 풀밭으로도 가게 되고 나한테 주어진 길이 되는 것 같다"고 링컨센터 무대에 서게 된 소회를 전했다.

한대수는 지난해 가을 한국으로 날아와 반세기 음악 인생 마지막 음반인 15집 `하늘 위로 구름 따라`를 녹음해 발표했다.

이후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서는 `프로 주부`로 살았다. 부인 옥사나, 딸 양호를 위해 아침마다 알뜰하게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게 그의 일과였다. 그러다 링컨센터와 뉴욕 한국문화원 측으로부터 공연 요청을 받게 됐다. "앞치마를 차고 있는 한대수 할배한테 앞치마를 벗고 나오라는 거예요. 오 마이 갓!"

`유 아 히어`는 봉쇄됐던 뉴욕이 점차 다시 문을 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금 팬데믹을 반추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

링컨센터의 야외 공간 `허스트 플라자`에서 사운드 아트, 라이브 퍼포먼스, 조각 등이 어우러진 대규모 프로젝트를 펼친다. 링컨센터 소속 모든 상주기관이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사상 첫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링컨센터 상주기관 예술가들과 각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뉴요커들이 공연자로 나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카운터 테너 앤소니 로스 코스탄조, 뉴욕 시티 발레단 수석 무용수 테일러 스탠리, 재즈 앳 링컨센터 트럼펫 연주자 알폰소 혼 등 유명 아티스트와 뉴욕 무용단체 갈림(GALLIM) 소속 무용수뿐만 아니라 링컨센터 소속 직원, 간호사, 교사 등 일반인도 함께한다.

안무가 안드레아 밀러, 사운드 아티스트 저스틴 힉스, 프로덕션 디자이너 미미 리엔 등 현재 뉴욕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이달 14일부터 23일까지 먼저 공개되는 사운드 아트 조각정원에서는 팬데믹의 고통을 되짚는 뉴요커들의 초상이 목소리로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는 24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라이브 공연으로 점차 대체되면서 예술을 통한 회복을 보여준다.

한대수는 24일을 시작으로 25·26·29·30일 총 5회 무대에 선다.

베이스·바이올린·기타 등 비교적 단출한 편성으로 현대무용 등이 어우러진 "약간의 아방가르드 포크 록"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뉴욕 한국문화원을 통해 "나의 가수 인생 마지막 공연이라는 자세로 이번 공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한대수는 "(이야기할) 가장 중요한 내용은 우리가 1년 반 동안 너무나도 고생했다, 뉴욕도 문을 열었고 링컨센터도 여러분들의 센터로서 문을 열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계속 고통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팬데믹을 겪으면서 더욱 인류애를 가지게끔 교훈을 얻었는지 의문"이라며 안타까워한 그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싸안고 같이 일을 하고 서로 동정심을 갖는 것, 말하자면 `투게더니스`(togetherness)"의 회복을 바랐다.

한편 한대수의 이번 공연 참여는 뉴욕 한국문화원과 링컨센터의 파트너십으로 이뤄진 것이다. 링컨센터 측에서 한국문화원이 공식 커뮤니티 파트너 기관으로서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할 만한 아티스트를 소개해달라고 제안하면서다.

이번 공연에 국가기관 차원에서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은 한국문화원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증 뉴욕 한국문화원장은 "링컨센터와 문화원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이번 특별 프로젝트에서도 한국의 대중예술을 뉴요커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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