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오만과 문화의 울분·또 하나의 조선

▲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 앵거스 디턴·앤 케이스 지음. 이진원 옮김.
노벨경제학상(2015)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그의 부인인 같은 대학의 앤 케이스 명예교수와 함께 백인 중년의 사망률 증가를 파헤친 책.
두 저자는 1999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 중년(45∼54세) 백인층의 사망률에 돌연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사람이 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사망률의 상승 반전으로 죽어가는 이들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으며 생산직에 종사하면서 제조업의 부흥과 함께 좋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지만, 제조업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활의 축이 무너진 사람들이라고 저자들은 밝혀낸다.

저자들은 죽음의 원인이 자살과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임을 발견하고 '절망사'(deaths of despair)라고 이름 붙인다.

절망감, 박탈감, 삶에 대한 의미 상실, 미래에 대해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소외감 등이 비극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울러 절망사의 '원인의 원인'을 파고들어 자본주의 시스템과 사회 구조에 대한 해부로 나아간다.

불평등 등 경제적 요소가 끼친 영향을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그게 왜 전부가 아닌지도 하나하나 논증한다.

능력주의와 교육 격차, 경기침체와 실업, 공동체 붕괴와 가족 해체, 제약사의 횡포, 독과점과 정경유착까지 따져가며 비극의 연원을 찾는다.

한국경제신문. 448쪽. 2만2천 원.
▲ 문명의 오만과 문화의 울분 = 한경구·김태유·김현철·문중양·박훈·이경우·임경택 지음.
19세기 '개항의 시대'를 맞이한 조선과 일본, 중국 3국의 선택을 비교한 책.
당시 동북아시아는 서양 문명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그 격차에 경탄하면서 받아들여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서양의 진보한 기술과 제도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자는 문화수용전략이 나타났다.

이는 일본의 '화혼양재'와 조선의 '동도서기', 중국의 '중체서용'이다.

이 가운데 화혼양재는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후 발전과 부국강병의 요인으로 높이 평가됐다.

책은 화혼양재가 동도서기나 중체서용과 어떤 차이가 있었기에 일본은 성공했고, 중국과 조선은 실패했는지 설명한다.

일조각. 240쪽. 2만 원.
▲ 또 하나의 조선 = 이숙인 지음.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저자가 한겨레에 연재했던 '이숙인의 앞선 여자'를 묶고 보강한 책. 남성들의 나라에서 한평생을 살아내고 때로는 경이롭게 운명을 넘어선 여자 52명을 소개한다.

신분상으로는 밑바닥인 여종에서 왕비까지, 지역으로는 남녘 산골 촌부에서 한양 마님까지, 나이로는 10대 소녀에서 여든 할머니까지 다루며 실록이나 양반 남성의 문집으로 구성되는 조선을 넘어 또 하나의 조선을 보여준다.

한겨레출판. 356쪽. 1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