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밑은 아찔, 가슴은 철렁…다리야, 하늘을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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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날릴 출렁다리
한때 벽화마을이 유행을 타고 전국적으로 50여 곳 넘게 생기더니 이제 출렁다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전국에 건설된 출렁다리만 167개나 됩니다. 어떤 이들은 출렁다리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출렁다리를 설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출렁다리는 관광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더욱 편하게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구조물이기도 합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며 짜릿한 스릴을 맛보고, 다리 위에서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보면 어떨까요. 무더위를 날려줄 쿨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채계산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돌로 만든 입간판이 있는데 월하미인(月下美人)이 환한 미소로 등산객을 반긴다. 채계산과 월하미인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채계산의 생김새를 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채계산 건너편에 있는 순창군 적성강변 임동마을 매미 터에서 보면 산의 모습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唱)을 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한다.
계단 입구에서 채계산 출렁다리까지는 295m.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출렁다리는 바닥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제판(스틸 그레이팅)으로 돼 있다. 지면에서 출렁다리까지는 최고 높이가 90m 정도. 걷다 보면 생각보다 아찔하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거센 날이면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공포를 견디며 다리 중간쯤 걸어가면 그때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적성면 신원마을 앞에 펼쳐진 들녘과 섬진강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하다. 흔들림이 심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출렁다리는 최대 초속 66m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고, 최대 1300명이 동시에 건너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하늘길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암벽을 휘감는 데크 길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데크 구간만 500m가 넘는다.
나무 데크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니 조금씩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을 한 걸음씩 떼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저 건너 임실 쪽에서 들어온 섬진강 물길이 곡성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대범한 이들은 황금빛 석양이 지는 시간대에 맞춰 오른다고 한다. 섬진강과 낙조를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인생샷의 명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공사가 마무리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4월 6일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402m)는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600m)가 생기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길었다. 예당저수지의 주변 풍경이 빼어나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예당호 출렁다리 옆에는 최대 분사 높이가 110m에 이르는 음악분수에서 20분마다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야간에는 출렁다리와 분수에 알록달록한 불빛이 들어와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전망대 주변의 조각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 강원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원주의 대표 관광 명소인 간현관광지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는 소금산 두 봉우리 사이를 연결해 만들었다. 지상에서 100m 높이에 설치됐으며 길이는 200m다. 매표소부터 놓여 있는 578개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폭이 1.5m로 두 사람이 동시에 걷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흔들림이 심해 다른 어떤 다리보다 스릴이 있다. 출렁다리 밑에는 모래와 강이 조화를 이루는 개미둥지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경기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감악산 둘레길의 시작점에 있는 감악산 출렁다리는 2016년 9월 완공한 길이 150m의 산악현수교로, 완공 당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였다. 최근 길이가 긴 산악현수교가 대거 생기면서 1위에서 물러난 지 오래지만 다리의 미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수위권에 들 정도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6·25전쟁 당시 현재 다리가 놓인 설마리 계곡을 사수해 중공군의 서울 진입을 사흘간 차단한 영국군 글로스터 부대원을 기리는 의미에서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불리기도 한다.
글·사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섬진강변이 한눈에…채계산 출렁다리
전북 순창에는 국도 24호선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봉우리가 나눠진 높이 342m의 작은 산이 있다. 바위가 책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책여산(冊如山)’으로도 불리는 채계산이다. 호남지역에는 수많은 명산이 있는데 최근 채계산이 유명해진 것은 두 산등성이를 잇는 채계산 출렁다리 때문이다. 높이 75~90m에 길이 270m로, 다리 기둥이 없는 산악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채계산 출렁다리는 순창고추장처럼 강렬하고 아찔한 빨간색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한동안 출입이 통제됐다가 최근 다시 열었다.채계산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돌로 만든 입간판이 있는데 월하미인(月下美人)이 환한 미소로 등산객을 반긴다. 채계산과 월하미인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채계산의 생김새를 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채계산 건너편에 있는 순창군 적성강변 임동마을 매미 터에서 보면 산의 모습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唱)을 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한다.
계단 입구에서 채계산 출렁다리까지는 295m.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오를 수 있다. 출렁다리는 바닥 아래가 훤히 보이는 철제판(스틸 그레이팅)으로 돼 있다. 지면에서 출렁다리까지는 최고 높이가 90m 정도. 걷다 보면 생각보다 아찔하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거센 날이면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공포를 견디며 다리 중간쯤 걸어가면 그때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적성면 신원마을 앞에 펼쳐진 들녘과 섬진강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수려하다. 흔들림이 심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출렁다리는 최대 초속 66m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고, 최대 1300명이 동시에 건너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암반 옆에 펼쳐진 500m의 하늘길
출렁다리는 아니지만 용궐산 하늘길도 꼭 가볼 만하다. 용궐산은 채계산 출렁다리에서 약 11㎞ 떨어진 곳에 있다. 해발 645m의 용궐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암벽등반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쯤 해서 하산해야 할 지점인데 최근 이곳에 길이 놓였다. 아슬아슬한 암반 비탈에 쇠기둥을 박아 계단을 놓고, 계단 끝에 나무 데크를 매달아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하늘길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도대체 어떻게 암벽을 휘감는 데크 길을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다. 데크 구간만 500m가 넘는다.
나무 데크를 따라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니 조금씩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을 한 걸음씩 떼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저 건너 임실 쪽에서 들어온 섬진강 물길이 곡성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대범한 이들은 황금빛 석양이 지는 시간대에 맞춰 오른다고 한다. 섬진강과 낙조를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인생샷의 명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공사가 마무리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내 마음을 훔친 명소
▶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2019년 4월 6일 개통된 예당호 출렁다리(402m)는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600m)가 생기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가장 길었다. 예당저수지의 주변 풍경이 빼어나 산책 삼아 걷기에 좋다. 예당호 출렁다리 옆에는 최대 분사 높이가 110m에 이르는 음악분수에서 20분마다 다양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야간에는 출렁다리와 분수에 알록달록한 불빛이 들어와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전망대 주변의 조각공원을 둘러봐도 좋다. ▶ 강원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원주의 대표 관광 명소인 간현관광지에 있는 소금산 출렁다리는 소금산 두 봉우리 사이를 연결해 만들었다. 지상에서 100m 높이에 설치됐으며 길이는 200m다. 매표소부터 놓여 있는 578개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폭이 1.5m로 두 사람이 동시에 걷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흔들림이 심해 다른 어떤 다리보다 스릴이 있다. 출렁다리 밑에는 모래와 강이 조화를 이루는 개미둥지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경기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감악산 둘레길의 시작점에 있는 감악산 출렁다리는 2016년 9월 완공한 길이 150m의 산악현수교로, 완공 당시에는 전국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였다. 최근 길이가 긴 산악현수교가 대거 생기면서 1위에서 물러난 지 오래지만 다리의 미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수위권에 들 정도로 빼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6·25전쟁 당시 현재 다리가 놓인 설마리 계곡을 사수해 중공군의 서울 진입을 사흘간 차단한 영국군 글로스터 부대원을 기리는 의미에서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불리기도 한다.
글·사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