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길거리·파도의 스포츠를 올림픽에서

암벽·길거리·파도를 무대로 하는 스포츠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의 신규 정식 종목으로 야구-소프트볼, 서핑, 스케이트보드, 스포츠 클라이밍, 가라테 등 5개 종목을 채택했다.
야구-소프트볼과 가라테가 개최국인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종목이라면, 스포츠 클라이밍, 스케이트보드, 서핑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관심을 올림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IOC가 기획한 비장의 흥행 카드다.
이들 세 종목은 젊은 층이 즐기는 레저나 문화 활동에서 발전한 스포츠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콤바인(볼더링·리드·스피드) 종목에 남녀 1개씩 총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스케이트보드는 남녀 스트리트·파크에 총 4개의 금메달이 배정돼 있다.
서핑은 남녀 1명씩 총 2명의 첫 금메달리스트를 기다린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쉽게 설명하면 암벽 위 최고 '스파이더맨'을 가리는 종목이다.
이 종목은 리드(Lead), 볼더링(Bouldering), 스피드(Speed) 등 3개 세부 종목으로 나뉜다.
리드는 6분 안에 15m 인공 암벽을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볼더링은 로프 없이 4분 안에 5m 암벽에서 다양한 루트를 적은 시도로 완등해야 한다.
스피드는 15m 암벽을 누가 빨리 올라가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월드컵에서는 종목별로 우승자가 탄생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세 종목을 묶은 콤바인 성적으로 메달 색을 정한다.
예를 들어 리드 1위, 볼더링 3위, 스피드 2위라면 세 종목 순위를 곱해 6포인트(1X3X2)를 획득한다.
이렇게 계산한 포인트가 가장 낮은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한다.
한 종목을 잘해도 다른 종목을 망치면 추락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암벽 여제' 김자인(33)이 스포츠클라이밍을 대중에 알렸다.
김자인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획득하고자 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회가 취소되면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올림픽 출전권이 없는 아시아 선수 중 2019 세계선수권 성적이 가장 좋은 남녀에게 출전 자격을 줬다.
그 티켓을 거머쥔 선수는 서채현(18·2019 세계선수권 여자 13위)과 천종원(25·남자 20위)이다.
천종원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콤바인 우승자다.
서채현은 지난해 월드컵 리드에서 4연속 우승했다.
천종원은 볼더링이 강하고, 서채현은 리드에 강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노리려면 스피드를 보완해야 한다.
세계랭킹 1위는 남자 나라사키 도모아(일본), 여자 간브렛 얀야(슬로베니아)이다.

'바퀴 달린 보드' 스케이트보드는 미국 젊은이들의 길거리 놀이이자 문화에서 출발한 익스트림 스포츠다.
일각에서 스포츠에 편입돼 순위를 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낼 정도로 스케이트보드는 자유로움이 넘실대는 종목이다.
도쿄올림픽은 음악이 흐르는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스케이트보드 경기를 열 예정이다.
스트리트(Street)는 계단, 난간, 경사면, 벤치, 벽, 커브길 등 말 그대로 길거리에 있는 구조물 사이에서 창의적인 기술을 펼치는 종목이다.
파크(Park)는 움푹한 그릇 모양의 경기장에서 열린다.
경기장은 다양한 커브와 슬로프로 구성돼 있다.
선수들은 가파른 경사를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묘기를 선보인다.
스케이트보드의 기본 기술로는 선수와 스케이트보드가 함께 점프하는 올리(Ollie)가 대표적이다.
공중에서 스케이트보드를 뒤집기도 한다.
파크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공중제비를 도는 화려한 기술도 나온다.

2019년 11살에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건 영국-일본 혼혈 스카이 브라운(13)은 도쿄올림픽에 영국 최연소 국가대표로 출전할 예정이다.
히라키 고코나(12·일본)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 역대 하계올림픽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을 쓴다.
스케이트보드 최고의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나이자 휴스턴(27·미국)은 유력한 남자 스트리트 금메달 후보다.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호리고메 유토(22·일본)가 라이벌이다.

도쿄올림픽 서핑은 태평양을 향하고 있는 일본 지바현의 쓰리가사키 해변을 무대로 한다.
매년 일본의 서핑족들이 몰리는 장소다.
파도를 가장 잘 지배하는 선수가 서핑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파도의 상태와 바람의 방향·세기, 밀물과 썰물의 흐름을 활용해 멋진 기술을 선보여야 한다.
선수와 파도를 연결하는 것은 보드다.
서핑에서는 롱보드(2.7m)와 쇼트보드(1.8m)가 있지만, 도쿄올림픽에서는 쇼트보드 경기만 한다.
쇼트보드는 롱보드와 비교해 더 빠르고 역동적인 기술을 보여줄 수 있다.
4∼5명이 겨루는 예선 라운드를 통과하면 2명씩 대결하는 본선 라운드를 거쳐 금메달 결정전까지 오르게 된다.
경기 시간은 당일 상황을 고려해 테크니컬 디렉터가 정하는데, 보통 선수당 30분이 주어진다.
각 선수는 제한 시간 안에 최대 25번의 파도를 탄다.
5명의 심판이 채점 기준에 따라 점수를 주며, 상위 2개 점수가 채택된다.
'서핑'하면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 여유롭게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의 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미국은 오랜 서핑 역사를 자랑한다.
'서핑 천국' 골드코스트가 있는 호주도 강국이다.
브라질은 신흥 서핑 강국이다.
도쿄올림픽 홈페이지는 브라질에서 서핑이 축구 다음으로 인기 많은 스포츠로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