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외국에서 개발된 허브를 사용하지만 그 한국화를 위해 20여 년간 고군분투해온 곳이 있다.
대중에는 서울 인근 힐링 관광지 겸 문화 체험 공간으로 알려진 경기도 포천의 '허브아일랜드'다.
◇ 한 사람의 열정서 시작된 허브농장…황무지가 정원으로
허브아일랜드는 허브 원산지인 지중해 생활을 테마로 한 국내 최대 허브 관광농장이다.
지금은 43만㎡ 규모에 달하는 이곳은 1997년 풀 한 포기 없는 시골 땅에서 출발했다.
그 무렵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허브아일랜드 임옥 대표는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면서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포천 신북면에 1만㎡ 땅을 매입했다.
임 대표는 수도와 전기도 없는, 그야말로 거친 풀과 잡초뿐인 황무지였던 그곳에서 무작정 허브를 기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허브는 생소한 식물이었고 국내 재배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특별한 아이템을 찾던 중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약초를 주목한 것이다.
그는 허브의 원산지인 지중해, 동양권에서는 허브의 역사가 비교적 긴 편인 일본을 돌며 허브에 관한 기초를 다진 뒤, 본고장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허브 씨앗을 한국 땅에 심고 가꾸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루 세 시간 쪽잠을 자며 허브 전문 서적을 찾아 독학했고, 허브에 대해 꼼꼼히 메모하며 정리한 노트만 수백 권에 이른다.
그렇게 이룬 결실이 현재 허브아일랜드 안에 자리한 허브 식물박물관이다.
2020년 국가가 인정하는 1종 허브 식물박물관으로 정식 등록된 이곳은 340여 종 허브가 식재돼 있고, 1천여 권의 허브 전문 서적, 세계 허브 관련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 오감으로 체험하는 허브…다양한 볼거리도 가득
허브아일랜드에는 허브를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만들기 체험장에서는 허브아일랜드에서 직접 재배한 다양한 허브를 활용해 화장품과 비누, 생활소품 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2012년 전문 치유를 목표로 건립된 허브 힐링센터에서는 말린 허브와 원적외선을 이용한 허브 찜질, 허브 진액을 넣은 목욕 체험 등 허브를 이용한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허브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향기 가게는 허브차, 아로마테라피 제품, 허브 목욕용품, 허브 방향 용품 등 약 2천여 가지 허브 관련 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유럽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베네치아 존과 산타 존에도 볼거리가 다양하다.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본뜬 베네치아 존은 곤돌라를 탈 수 있는 수로와 성, 트레비 분수 등으로 꾸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금은 중단됐지만, 이곳 야외공연장에서는 주말마다 유럽풍 공연도 열었다.
핀란드 산타 마을을 모티브로 한 산타 존은 아이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산타 하우스와 산타 교회를 비롯해 300여 개 산타 조형물, 크리스마스트리, 불빛 터널 등이 매력적인 볼거리로 꼽힌다.
유럽 동화 속 세상을 더 가까이서 체험하는 공간도 있다.
인어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백설 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지중해 동화 나라 체험펜션'이다.
방마다 동화 테마를 그림과 조각으로 옮겨 놓아 아이들은 맘껏 상상력을 펼치고, 어른들은 동심의 세계를 즐긴다.
허브아일랜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주제로 축제도 열린다.
여름에는 라벤더가 그 주인공이다.
축제 기간이 되면 스카이 허브 팜이라는 넓은 평지에 라벤더가 가득 만개한다.
올해 축제 기간은 내달 3일부터 8월 말까지다.
임 대표는 "허브로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는 세상이 됐으면 하는 게 허브아일랜드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