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들어서 산업단지와 인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나면 상당히 이질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지중해와 유럽 마을을 테마로 조성된 아산 지중해 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 산단 조성으로 터전 옮긴 주민들…"이색 마을 만들어보자"
충남 아산 탕정면 명암리에 위치한 지중해 마을은 삼성디스플레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탕정면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민들 대부분이 농사를 짓던 지역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이 지역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환지 방식으로 바로 옆으로 터전을 옮겨 새롭게 마을을 꾸렸다.
비슷한 테마의 유럽마을이라 해도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이 지자체 주도,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이 개인 주도로 지어졌다면, 지중해 마을은 이주한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스스로 만들어낸 곳이라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이상만 지중해 마을 운영회장은 "마을 조성을 위해 출범한 협동조합이 직접 유럽 각지를 돌며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를 찾았다"며 "주거와 상업의 기능에 문화예술과 관광이 결합한 복합 마을을 만들자는 뜻이 모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현재 건물 64개 동으로 구성된 마을은 지중해에 접한 그리스 섬과 프랑스 남부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졌다.
건물 모양에 따라 산토리니 구역과 파르테논 구역, 프로방스 구역으로 나뉜다.
건물 2~3층에는 주민이 거주하거나 임대 사무실이 들어와 있고, 1층에는 공방과 식당, 카페, 꽃집 등이 자리해 거리를 꾸민다.
◇ 조성 초기 뜨거웠던 관심…콘텐츠 부족으로 한계 봉착
지중해 마을이 처음 조성된 2013년 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입소문을 타며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골목 어느 곳에서 찍어도 이국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이 찾았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활용됐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관광객 발길이 뜸해지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지중해 마을 조성 초기부터 상점을 운영한 한 상인은 "처음에는 이쁘다고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찾아왔지만, 막상 와 보니 가게들 말고는 딱히 보고 즐길 거리가 없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마을 조성 초기에는 예술가들의 아틀리에가 상점가 한 축을 차지하고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특색 없는 상점이나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자리를 대신했다.
물론 지금도 분위기 좋은 카페나 꽃집, 공방들이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는 게 마을 안팎의 반응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점포가 늘면서 취재 당시 건물 곳곳에 공실이 즐비했다.
또 다른 상인은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일부 유럽풍 마을들은 오히려 내국인 방문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여기는 전혀 아니다"며 "세 부담은 여전히 높고 장사는 안되면서 못 버티고 나가는 상인이 많다"고 말했다.
마을 내부에서는 관광 콘텐츠 부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건물만 유럽풍으로 지어놨을 뿐 지중해나 남프랑스와 관련된 독보적인 콘텐츠가 사실상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중해 마을 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마을 자체가 기본적으로 주거지 겸 상점가일 뿐 지자체에서 지정한 관광지가 아니다 보니 통일성 있는 콘텐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지자체 지원으로 문화예술 공연이 열리기도 하지만 그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 자구책 마련을 위한 노력…주차타워 건립도 진행 중 또 다른 골칫거리는 바로 주차난과 편의시설 부족이다.
여타 관광지들과 달리 공영주차장이 없어 건물 앞이나 노상에 주차한 차량이 거리 미관을 해치고, 일부 상점은 가게 앞 불법 주차한 차량 때문에 영업 방해를 겪기도 한다.
아산시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현재 임시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인근 부지에 2022년까지 약 200대 규모의 주차타워를 건립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마을 내부에서는 주차장 건설이 실제 효과가 있으려면 지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마을 관계자는 "위탁개발 방식이어서 사설업체가 돈을 투자해 짓고 주차비로 거둬들이는 시스템"이라며 "상점 방문객들에게 주차 할인 등의 지원을 해주지 않는 한 불법 주차는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을 운영회와 상가번영회는 상점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핵심은 단연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이다.
일례로 코로나19 이전에 개최한 마을 핼러윈 축제인 '아울 페스티벌'은 지역 축제 중에도 성공적인 사례로 꼽힐 만큼 좋은 반응을 끌어낸 바 있다.
마을 주민과 지역 상인, 청년기획단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스토리를 가미했던 게 특징이다.
이상만 운영회장은 "코로나19로 마을 주민과 상인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