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학선은 13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 체조장에서 끝난 기계체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난 뒤 "이번 선발전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기에 대표로 못 뽑히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마루운동-안마-링-도마-평행봉-철봉 등 6개 종목을 모두 뛴 다른 참가 선수들과 달리 양학선은 주 종목인 도마에만 출전했다.
그러나 1, 2차 시기를 모두 뛰지도 않고, 한 번씩만 뛰었다.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허벅지 근육통) 때문이었다.
양학선은 압박 붕대를 허벅지에 감고 뛰었다.
의학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2014년 이래 고질이 된 햄스트링에 양학선의 마음은 무거웠다.
결정적인 순간 탈이 나 제대로 달리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양학선을 지배했다.
양학선은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정성숙 부촌장님의 소개로 한 달 전엔 멘털 상담 전문가를 만나 상담을 받기도 했다"며 "올림픽 개막까지 남은 40일간 트라우마를 떨쳐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조협회 임원들도 양학선의 컨디션이 과연 올림픽에 출전할 만한 궤도에 올라왔는지 의심했다.
결국, 대한체조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선발전에선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지만, 과거 성적과 현재 기량 수준 등을 토대로 세계 정상에 가장 근접한 양학선을 대표 선수로 추천하기로 했다.
이로써 양학선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 금메달을 딴 이래 9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선다.
그는 햄스트링 부상과 아킬레스건 수술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결장했다.
양학선의 기술과 도마 실력은 여전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다툴 정도다.
착지만 제대로 하면 두 번째 금메달도 가능하다고 체조인들은 밝게 전망한다.
양학선은 "그간 뜀틀을 향해 달려가는 게 문제였는데, 이번 선발전에서 힘을 줘 빨리 달려도 허벅지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게 소득"이라며 "주력을 확인했으니 이제 기술 훈련을 서둘러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도마를 짚고 공중으로 높이 솟아 화려한 기술을 펼치려면 도마를 향해 전력 질주할 수 있는 주력이 필수다.
선발전 성적은 보잘것없지만, 양학선은 힘을 들여 빨리 달려도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정성숙 부촌장은 양학선에게 "(부상이) 무섭다고 뒤로 빠지는 건 안 된다"라고 조언했고, 양학선은 "'내가 (걸림돌을) 깨부수고 나가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난도 5.6점짜리 쓰카하라 트리플과 자신의 성(姓)을 따 국제체조연맹 공식 기술로 등록된 '양'(난도 6.0점) 기술을 앞세워 양학선이 도쿄에서 더 높이 비상할 찬스를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