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 최경주 '뚝심'으로 72홀 마친 SKT오픈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2억원)이 13일 김주형(19)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시상식이 열린 것은 이날 오후 4시30분.
코리안투어의 다른 대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SK텔레콤 오픈이 나흘 동안 72홀 경기를 다 마치는 데는 곡절이 많았다.

대회는 첫날부터 몰아친 폭우와 안개 때문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첫날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친 선수는 고작 72명뿐이었다.

아예 1라운드 경기 티오프조차 못 한 채 날이 저물었다.

둘째 날에도 진행 차질은 이어졌다.

오전 7시 30분에 1라운드 잔여 경기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코스를 가득 메운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다 오후 2시30분에야 선수들은 코스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1라운드 잔여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2라운드가 시작돼 선수들은 오후 7시 40분까지 샷을 휘둘렀지만, 2라운드 경기를 끝내기에는 턱없이 시간이 모자랐다.

사흘째인 12일에는 선수들이 오전 5시 30분부터 코스에 나왔다.

2라운드 잔여 경기에 이어 3라운드를 치렀다.

3라운드를 맨 마지막에 시작한 김주형과 이태훈(31)이 3개 홀까지만 치르자 해가 떨어졌다.

이태훈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코스에 나왔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다"고 말했다.

넷째 날인 13일도 선수들에게는 숨 가쁜 하루였다.

오전 6시30분 일제히 3라운드 잔여 경기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48분에 3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났다.

김주형과 이태훈은 30여분 뒤 1번 홀로 다시 나가 최종 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둘은 이날 33개홀을 돌았다.

대개 이만큼 진행에 차질을 빚으면 대회를 54홀로 줄여 치르곤 했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한 SK텔레콤은 "대회 축소는 없다.

무조건 72홀을 마친다"고 일찌감치 못을 받았다.

SK텔레콤의 이런 원칙 고수는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최경주(51)의 의지와 뚝심에 힘입었다.

최경주는 대회장인 SK텔레콤 박정호 대표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대회는 72홀로 치러야 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월요일을 예비일로 지정해 대회를 끝까지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박정호 대표는 즉각 월요일까지 대회를 치를 준비를 지시했고, 대회 코스인 핀크스 골프클럽 추가 임대와 선수 숙박, 대회 운영요원 인건비 등 3억여원의 추가 예산을 편성했다.

다행히 12일과 13일 날씨가 좋았기에 예정대로 일요일에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72홀을 꼭 치르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면 사흘 내내 잔여 경기를 이어가는 강행군을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공동집행위원장인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 그룹장 오경식 상무는 "지난 2006년 딱 한 번 54홀 대회가 지금까지도 마음이 늘 걸렸다"면서 "최경주 공동집행위원장의 의지와 박정호 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그리고 현장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노고를 아끼지 않은 덕분에 72홀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