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과 유쾌함·훈훈함 모두 잡아…가족 단위 시청 유도
청량한 스매싱의 위력…요즘 더 반가운 '라켓소년단'
땅끝마을 아이들이 날린 순수한 스매싱이 안방극장에 통했다.

'라켓소년단'은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일찍 종영된 '조선구마사' 이후 2개월 만에 방송된 SBS 월화극이지만, 전작 논란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청량한 분위기로 호평받고 있다.

방영 초반이지만 프로야구 구단 프런트를 소재로 해 대중성과 완성도를 모두 인정받았던 '스토브리그'에 이어 또 하나의 '웰메이드 스포츠극'이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모은다.

주인공 해강(탕준상 분)은 보증을 잘못 섰다가 서울 거리에 나앉게 생긴 아버지 현종(김상경)을 따라 땅끝마을 해남으로 내려왔다.

해강의 꿈은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드는 야구이지만, 등 떠밀려 시골에 내려온 그에게 주어진 건 배드민턴 채 한 자루였다.

그는 '햐안 늑대'(배 감독, 신정근)가 코치로 있던 시절의 영광은 바랜 지 오래인 해남서중의 또래들과 졸지에 전국체전에 도전하게 된다.

도시 소년이 청정 자연으로 내려와 좌충우돌하고, 그러면서도 순수한 친구들과 함께 성장해나간다는 콘셉트는 어떻게 보면 고전적인 성장 만화를 보는 듯 전형적이다.

하지만 잘 짜인 스토리 구성과 스포츠 소재 드라마가 주는 몰입감과 긴장감, 쉴 새 없이 웃게 되는 코믹한 장면들이 한계를 깔끔하게 보완한다.

캐릭터들은 모두 생동감이 넘치고,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매력은 무지갯빛만큼이나 다채롭다.

'사랑의 불시착'부터 '무브 투 헤븐', '그리고 '라켓소년단'까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는 탕준상은 철이 없는 듯, 그러면서도 속 깊은 듯 통통 튀는 요즘 10대를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해강의 부모를 연기 중인 김상경과 오나라는 작품에서도 부부 관계인 것이 작은 반전으로 활용됐을 만큼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조합이었지만, 진짜 현실 부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며 작품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각기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두 사람이 자녀인 해강과 해인, 그리고 제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하나임이 드러날 때 주는 감동도 그만큼 크다.

해남서중 친구들, '비주얼' 방윤담 역의 손상연과 섬세한 나우찬 역의 최현욱, 팀의 마스코트 이용태 역의 김강훈 조합도 자연스럽다.

따로인 듯 또 함께, 시나브로 '한 팀'이 되는 과정이 유쾌하고 즐겁게 그려져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또 탕준상과 청소년 국가대표인 한세윤 역의 이재인의 풋풋한 로맨스 호흡 역시 기대 이상이다.

마을 사람들의 역할도 감초 그 이상이다.

선택적 청각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신철진)와 퉁명스러운 척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스러운 오매할머니(차미경) 부부는 '전원일기'를 보는 듯 정겹다.

또 땅끝으로 밀려 나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젊은 부부(정민성-박효주 분)가 마을 사람들의 묘한 관심으로 치유되는 과정은 '동백꽃 필 무렵'을 연상케도 한다.

정보훈 작가는 교도소 내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도 참여했던 만큼 이 작품에서도 사람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청량한 스매싱의 위력…요즘 더 반가운 '라켓소년단'
덕분에 '라켓소년단'은 호화 캐스팅이나 시끌벅적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초반 시청률 5%대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구매력 있는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막장극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진입을 노리고 제작된 장르극의 홍수 속에서 '라켓소년단'은 굳이 흠을 찾아내고 싶지 않은, 귀중한 작품이다.

어린 배우들과 중견 배우들이 잘 어우러져 가족 단위로 시청하기에 좋은 것도 지상파 작품으로서는 큰 장점이다.

제작사 측은 12일 "'재밌다', '새롭다', '신선하다'는 호평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하며 "앞으로도 유쾌한 상상력과 기발한 재치를 발휘해 시청자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