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 / 사진=코웨이
코웨이 광고 모델인 방탄소년단 / 사진=코웨이
코웨이는 2016년부터 해외법인 매출이 급증세다. 2018년엔 전년 대비 55% 급증한 4514억원을 기록했고 2019년과 지난해도 각각 43%와 38% 증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선 ‘K-정수기’ 돌풍을 일으켜 국민 정수기로 통한다. 미국에선 정수기 필터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코웨이 ‘렌털 마케팅’의 힘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것이다.

심병희 코웨이 마케팅실장은 “구독경제의 뿌리가 렌털”이라며 “MZ세대가 원하는 구독경제에 부응하기 위해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 1 ‘코웨이=정수기 렌털’
도전 1 렌털 서비스 카테고리 확장

코웨이하면 렌털이 떠오른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렌털 비즈니스 플랫폼을 도입해서다.

코웨이 렌털 마케팅은 단순 할부 개념과는 다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빌려주고 주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코웨이 렌털 마케팅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고가의 정수기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월 렌털료를 제시함으로써 정수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서비스 전문가 ‘코디’를 통해 정기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전 서비스(Before Service)’ 개념을 창안한 것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배경이다. 애프터서비스에만 익숙했던 소비자가 정수기 관리의 번거로움을 덜게 되고 위생적인 제품이란 신뢰를 갖게 됐다.

다음 단계는 ‘코웨이=정수기 렌털’이란 인식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2000년 비데, 2001년 공기청정기, 2011년 매트리스, 2018년 의류청정기, 2019년 전기레인지 등으로 렌털 서비스 카테고리를 꾸준히 확장시켰다.

특히 매트리스 렌털 마케팅은 ‘침대는 과학이 아닌 렌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소비자들은 매트리스 청소 및 살균에 대한 전문 관리 서비스에 열광했다.

매트리스 사업은 최근 5년간 연 평균 30%씩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업 시작 10년만에 침대 업계 3위로 도약했다.

상황 2 ‘메인 고객층=40~60대’
도전 2 디지털 마케팅으로 고객층 확장

코웨이의 기존 메인 고객층은 40~60대였다. 코웨이는 ‘New COWAY’를 지향하며 전 연령층이 환호할 혁신 제품의 디지털 마케팅을 전개했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콘 정수기’가 대표적이다. 위생, 관리, 크기, 소음, 편리성 등에서 혁신적인 장점을 갖춰 직수 정수기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출시 한 달 만에 2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약 2분 마다 한 대씩 팔린 셈이다.

코웨이는 2019년말 게임업체 넷마블이 인수했다. 넷마블 마케팅도 맡고 있는 심병희 실장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넷마블식 마케팅 DNA를 코웨이에 이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콘 정수기 출시 당시 코웨이 최초로 ‘온라인 론칭쇼’를 진행했다. 신혼부부 및 영 패밀리 등으로 확대된 고객층에 맞춰 제품의 차별성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개한 것이다.

코웨이는 글로벌 브랜드 메인 모델로 방탄소년단을 발탁했다. 남녀노소 전 연령층과 친근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방탄소년단의 정수기 및 매트리스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가 업로드 17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댓글도 2만5000개가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코디(왼쪽)와 정수기 고객(오른쪽) / 사진=코웨이
말레이시아 현지 코디(왼쪽)와 정수기 고객(오른쪽) / 사진=코웨이

상황 3 ‘렌털 마케팅=국내 비즈니스’
도전 3 하이브리드 마케팅으로 해외 공략

국내에서 렌털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코웨이는 2007년 말레이시아에 렌털 비즈니스 플랫폼을 열었다. 말레이시아는 수질이 좋지 않고 노후된 상수도관으로 정수기가 필수품인 시장이다.

정기점검 서비스를 앞세운 코웨이 렌털 마케팅이 큰 인기를 끌었다. 사업 초기 현지 특화 전략이 주효했다.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무슬림 고객을 고려해 정수기 업계 최초로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해 신뢰도를 높였다. 온수를 즐겨 마시는 동남아 생활문화에 맞춰 온수 특화 정수기를 출시했다.

코웨이는 현재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6개 현지 법인을 비롯해 5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객 집 간 이동거리가 멀고 타인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특성을 감안해 아마존 등이 채널에서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정수기 필터 수명을 실시간 분석해 필요한 때에 맞춰 배송해준다.

심 실장은 “올해부터는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략과 함께 국내 및 해외에서 동일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하이브리드 마케팅 전략’을 벌이고 있다”며 “기존에는 해당 지역에 특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별도로 제작해 활용했지만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유튜브 등 일원화된 콘텐츠로 전세계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우리 제품들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제품들입니다.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하면 끝이 없어요. 고객들이 편안하고 쉽게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병희 실장은 코웨이가 추구하는 ‘고객 관점 마케팅’을 이렇게 설명했다.

심 실장은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코웨이 광고를 어떤 상황에서 보게 되는지, 어떤 매체를 통해서 보게 되는지에 따라 광고의 메시지를 다르게 설계하거나, 방탄소년단 팬들에게는 TV광고가 아닌 메이킹 콘텐츠를 팬들이 애용하는 채널에 노출시키거나 하는 식으로 고객들이 다니는 곳을 디테일하게 찾아 그곳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 관점’은 쉬운 말 같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어렵게 실행하면 효과가 크다. 얼마나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고객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모든 기업은 ‘성장’을 원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신규 고객 유입은 정체되기 마련이고, 시장에는 언제나 새로운 경쟁자들이 진입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IT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다시 한번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것 역시 마케터의 주요 과제이다.

이 때 참고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 도구로 “제품/시장 확장 그리드(product/market expansion grid)”가 있다. 이는 기업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 두 가지 변수, 즉 (1)market: 기존 시장이냐 vs. 신규 시장이냐, (2)product: 기존 제품이냐 vs. 신규 제품이냐를 활용해 2x2 매트릭스에 기반한 4가지 전략을 제안하는 마케팅 분석 도구이다.

첫번째 전략은 “시장침투(market penetration)” 전략이다. 이는 이미 자사가 판매하고 있는 기존 시장에서 기존의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기존의 고객들이 더 오래 매장에 머물고, 더 자주 커피를 마시도록 유도하여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두번째 전략은 “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 전략”이다. 이는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기존의 주요 고객인 젊은 고객에서 벗어나 ‘중장년층 시장’이라는 새로운 고객에게 어필하여 기존의 커피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다.

세번째 전략은 “제품개발(product development)” 전략이다. 이는 반대로 기존 고객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여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를 많이 찾는 기존의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Via라는 인스턴트 커피를 새롭게 판매하거나, 새로운 과일 주스 제품을 개발해 추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 전략은 “다각화(Diversification) 전략”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가 차(tea)를 생산하는 기업을 인수하여 새로운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코웨이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정수기 제품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후,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2000년 비데, 2001년 공기청정기, 2011년 매트리스, 2018년 의류청정기, 2019년 전기레인지 등 새로운 렌털 제품 개발은 기존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제품개발(product development)” 전략에 해당한다.

또한, 기존의 40대 이상 주고객에서 벗어나 신혼부부, 영 패밀리 대상으로 온라인 론칭쇼를 진행하거나,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한 것은 기존의 제품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시장개발(market development) 전략”에 해당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을 유지하는 전제 조건 하에 이러한 확장 전략들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무분별한 신제품 출시와 새로운 시장 진출로 인해 애초에 형성한 브랜드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질 경우 기존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렌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1000억원에 달했다. 2006년 3조원에서 13배나 커졌다.

‘소유’보다는 ‘사용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와 1인 가구의 증가가 주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렌털 시장 성장이 가속화됐다.

렌털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엔 정수기, 비데, 냉온수기 등에 한정됐지만 지금은 냉장고, 세탁기, TV 등에 이르기까지 렌털이 가능한 제품이 많아졌다. 렌털의 시대라 부를 만하다.

기업들이 렌털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과 관련된다. 이 용어를 처음 제안한 학자들(Vandermerwe & Rada)은 서비타이제이션을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해 제공하고 이에 더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기업이 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코웨이가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를 통해 정수기 소비자들에게 정기점검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이런 정의에 부합한다. 제조 기업 입장에선 자사 제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서비스를 결합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어 유용한 방식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 먼저, 필요하긴 하지만 구입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제품을 적절한 비용으로 원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의 적절성’과 ‘원하는 사용 기간 보장’이 충족된다면 소비자로선 합리적인 소비방법이다.

다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의 정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신뢰’가 깨지지 않고 ‘정기관리 서비스’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것도 합리적 소비의 근거가 된다.

기술발달로 제품의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매번 최신 기종을 소유하기 어려워 렌털을 이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점 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만과 불편도 있다. 계약 해시 시에 면제 혹은 할인받았던 등록·설치비가 위약금 형태로 청구되는 등 위약금이 과다하다는 불만이 많다.

일정 기간 사용 후 소유권이 이전되는 렌털에서 총 렌털료와 제품 구입가를 비교하는 정보가 없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마케터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위약금이나 총 렌털료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에서도 렌털의 본래 의미인 ‘서비스를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곱씹어 보자.

렌털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이롭다는 점을 자신있게 강조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그 가치에 대해 기꺼이 지불할 의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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