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제주 훈련에 소집돼 12·15일 가나와의 평가전을 준비 중인 이강인은 8일 인스타그램에 어린 시절 유 감독과 공을 차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추모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이강인은 유 전 감독을 '제 축구 인생의 첫 스승'으로 표현했다.
유 전 감독은 선수 생활을 마친 2006년부터 방송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는데, 이강인이 2007년 이 프로그램에 합류해 유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이강인은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으로 마냥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을 처음 만나게 됐고,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때의 저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 있어서만큼은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라며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슛돌이' 시절부터 빼어난 기량으로 큰 관심을 끈 이강인은 2011년 스페인 명문 클럽 발렌시아의 유소년팀에 입단해 성장했고, 지금은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FIFA 남자 대회 결승 진출을 이끌어 최우수선수인 '골든볼'을 받았고,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강인은 유 전 감독에게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명복을 빌었다.
유 전 감독은 투병 중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통해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기도 했는데, 올해 초 이강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나온 바 있다.
당시 유 전 감독은 "몸이 안 아팠으면 스페인에 가서 경기도 보고 놀러도 가고 싶었다"고 했고, 이강인은 "건강해지셔서 오시면 되죠"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