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체 관광지로 각광…"문화적 진정성 담아내려 노력"
경기 가평군 청평호를 둘러싼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가다 보면 파스텔톤 지붕들로
채운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가평의 오랜 관광명소인 '쁘띠프랑스'와 바로 옆에 새로 문을 연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다.

두 마을은 부지만 각 3만3천여㎡(1만 평), 합치면 산 한쪽 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말 그대로 한국 속 작은 유럽이다.

◇ '진짜배기' 유럽 마을…건물 설계는 물론 콘텐츠도 풍부
프랑스 문화마을을 표방하는 '쁘띠프랑스'는 국내 유럽 마을 가운데 터줏대감 같은 존재다.

2008년 문을 열었고, 국내에서 한 나라를 주제로 문을 연 테마파크로는 최초 사례다.

경남 남해군 독일마을이 실제 파독 교포들이 입주해 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 쁘띠프랑스는 건축 양식은 물론 그 안에 있는 콘텐츠까지 유럽 현지의 그것을 옮겨왔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건물은 프랑스 파리 남쪽 오를레앙의 마을을 본떴고 프랑스 건축가가 맡아 설계했다.

마을 구석구석 자리한 광장과 계단, 상점가도 프랑스 현지 느낌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다.

유럽 마을을 표방하는 대다수 관광지가 건축 양식 정도를 따라 하고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는 수준인 것과 달리 볼거리 역시 다양하다.

'프랑스 전통주택 전시관'은 19세기 프랑스 가정집을 내부를 그대로 옮겨왔고, '유럽 인형의 집'에는 수백 년 된 중세 유럽 인형과 소품 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동화 '어린 왕자'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작가 생텍쥐페리 생애에 대한 전시부터 국가별·시대별 어린 왕자 서적을 만나볼 수 있으며, 생텍쥐페리가 작품을 구상하며 그린 동화 스케치 사본도 여러 점 전시되어 있다.

웬만한 내한 전시에서나 볼 법한 전시품들을 직접 소장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프랑스의 생텍쥐페리 재단과 정식 사용권 계약을 맺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쁘띠프랑스 관계자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오는 관광지를 목표로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을 전달하자는 문화 교류 차원에서 시작된 공간"이라며 "진정성 있는 가치와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권 비용을 내고 진짜 프랑스를 담아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 프랑스 옆 이탈리아·스위스까지…경기도에서 만나는 유럽의 정취
지난달 22일 문을 연 이탈리아 마을 '피노키오와 다빈치'는 쁘띠프랑스가 지난 13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한 전시와 체험 콘텐츠를 선보이는 곳이다.

쁘띠프랑스가 아기자기한 집이 모인 마을 분위기라면, 이탈리아 마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건축물을 모티브로 해 중세 시대 고성(古城) 느낌을 살렸다.

건물 규모도 쁘띠프랑스보다 두 배 정도 크다.

이곳 역시 이탈리아 현지의 콜로디 재단과 사용권 계약을 맺고 있다.

마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곳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동화 캐릭터 피노키오와 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주요 콘텐츠로 하고 있다.

입구에선 피노키오 거대 동상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골동품·가면 전시관과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선 '제페토 골목'이 펼쳐진다.

제페토는 동화 속에서 피노키오를 만든 목공 할아버지의 이름이다.

쁘띠프랑스·피노키오와 다빈치는 기업가 출신인 한홍섭 쁘띠프랑스 회장의 꿈과 열정을 담아낸 결정체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페인트 사업을 하며 유럽을 자주 오간 한 회장은 자신들이 보고 겪은 유럽의 문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당시만 해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해외여행을 하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유물 한 점 한 점 가격을 비롯해 이곳을 조성하는 데 들인 사업비를 생각해보면 한 회장이 이곳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부지 비용만 100억 원, 쁘띠프랑스 소품 수집 비용만 60여억 원으로 알려졌다.

평생 번 돈 대부분을 이곳에 투자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마을은 테마파크 성격 외에 박물관 성격도 띤다.

특히 건물 지하에 두 개 층 규모로 조성한 다빈치 전시관은 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콘텐츠를 갖췄다.

다빈치 설계도를 바탕으로 일일이 기계를 제작, 과거를 현재로 옮겨놨다.

전문 큐레이터 없이 한 회장이 직접 제안한 대로 전시를 구성했는데, 웬만한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서울 근교를 중심으로 곳곳에 자리한 유럽 마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국내 관광객들에게 더욱 주목받는다.

가평에 있는 스위스 마을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역시 스위스 산간 마을 모습을 모사한 공간이다.

이곳은 당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기 위해 지은 스위스 테마 주거용 주택이었다.

하지만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아 일부에만 주민이 살고, 남은 공간은 관광지로 꾸며 활용한다.

경기도 산지와 유럽풍 건물이 어우러져 마치 스위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줘 젊은 층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불린다.

◇ 문화적 진정성 담으려는 노력…"한국적이면서 유럽적인 콘텐츠"
최근 국내에서 유럽 문화를 주제로 다루는 곳들은 무엇보다 문화적 진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 여행을 컨셉으로 한 테마 공간을 조성했다.

예전에는 유럽 분위기만 내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주한 프랑스관광청과 협업해 문화 재현에 상당히 힘을 쏟았다.

유서 깊은 카페와 서점, 교회 등을 유명한 파리의 '생제르맹데프레' 거리 분위기를 조성하고, 파리지앵 분장 연기자들과의 포토타임, 프랑스 감성의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누구보다 유럽에 대한 애정과 인식이 깊은 한홍섭 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과 유럽 간 이해의 폭의 넓어지고 교류 확산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했다.

한 회장은 "우리나라 고유의 것도 훌륭하지만 앞선 부분이 있는 서양의 문화도 잘 배워두면 좋지 않겠느냐"며 "우리도 이제 한류를 수출하는데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배움으로써 한국적이면서 유럽적인, 한층 더 발전된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데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