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NO갤러리 개인전 '마고, 그 신화'
신라 시대 박제상이 쓴 것으로 알려진 '부도지'는 한민족의 상고사를 다룬 책이다.

학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단군 이전 한민족 생성 신화의 주인공으로 여신 마고가 등장한다.

단종과 사육신, 한국전쟁 등 역사와 세계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인간 군상 등을 그려온 화가 서용선(70)이 이번에는 마고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시원, 한민족의 시원으로 눈을 돌렸다.

강남구 청담동 JNO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마고, 그 신화(MAGO, THE MYTH)'는 서용선이 마고 신화를 상상하며 그린 드로잉 작품 약 25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지난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앞두고 마고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조각을 위해 드로잉을 했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작품으로 마고 드로잉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시각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작가가 고정관념 없이 상상력으로 그린 마고와 마고성 사람들은 몇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단순한 선으로 기하학적 형태를 드러내는 작품은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동시에 드러내는 듯하다.

갈색 계열 선으로 그린 다른 작품은 걸어가는 인간의 형체를 담았다.

강렬한 색채와 굵은 선으로 특유의 화풍을 만든 작가가 즉흥적으로 그린 드로잉 역시 거침없는 붓 터치가 두드러진다.

원색보다는 갈색 등 원초적이고 단순한 색감으로 인간 초기 모습을 상상하는 주제를 표현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동안 역사에 대해 그리다 보니 어디가 그 시작인지 명쾌히 답할 수 없었다"라며 "최초의 역사, 역사는 언제부터이냐는 질문으로 시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신화를 주제로 한 신문 에세이 삽화를 맡으면서 신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라며 "이후 '부도지'의 마고 신화 이야기를 듣고 작품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나 인간이 어떻게 시작됐고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장소에 사는 우리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호기심이 있지만, 이미지로 형상은 보지 못한다"라며 "일본 그림 등에는 풍부하게 드러나는데 우리는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에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일조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그림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캔버스 이전에 인류가 동굴이나 건축물에 그림을 그렸듯이 작가는 전시장 벽면에 즉흥적으로 그려 그림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갤러리에는 벽면에 가로·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형 캔버스 천들이 걸려있다.

작품 아래에는 물감과 붓 등 작업 흔적도 남아 있다.

작가는 전시 개막에 앞서 약 2주간 갤러리에서 직접 신작을 작업했다.

서용선은 "원래 그림은 인간이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태를 아무 곳에나 그린 것"이라며 "오늘날에는 캔버스와 화선지가 개발됐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시시대와 달리 오늘날 대도시 모든 공간은 경제적인 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돼 우리는 임대하거나 사야 그곳에서 자유를 얻는다"라며 "전시 전에 갤러리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현장에서 빠르게 그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형식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이며, 여주미술관에서는 이와 별도로 작가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