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는 신(新)기술’ 마케팅, 금융의 반격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자동차를 사는 기술은 왜 그대로일까?’

신한 마이카의 광고 카피다. ‘자동차 사는 신(新)기술’을 선보이려는 것이다.

신한 마이카는 신한금융그룹이 운영하는 자동차금융 플랫폼이다. 신한은행의 ‘My Car’와 신한카드의 ‘My Auto’를 통합했다.

2018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3년 만에 월 취급액이 30배 급증했다.

상황 1 자동차 금융, 불편하다
도전 1 고객이 편리하게

자동차를 전액 현금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은행이나 카드회사의 자동차 금융을 이용한다.

고객 입장에선 대출한도는 높을수록, 금리는 낮을수록 좋다. 그래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자동차가 내구재라서 살아가는 동안 구매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필수소비재처럼 자주 산다면 구매 조건을 찾고 비교하는게 익숙하지만 어쩌다 한 번 사는 자동차의 경우엔 어렵고 불편하다.

신한 마이카는 신한금융그룹 내 자동차 금융 상품을 비교해 고객이 원하는 대출한도를 보여주는 ‘통합한도조회 서비스’를 선보였다.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복합대출 서비스’도 내놨다.

복수의 자동차 금융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대출한도 부족이나 심사 탈락 등의 이유로 자동차 금융 이용이 어려웠던 고객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사는 신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신한카드 MyCar플랫폼팀 김수강 부부장은 “은행 상품은 은행별로 큰 차이가 없고, 캐피탈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대신 자격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특징이 있다”며 “신한 마이카는 금리가 낮은 대신, 상대적으로 자격요건이 엄격하고 대출한도가 낮은 은행 상품을 카드사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 채널과 전담 콜센터를 통해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이다. 특히 서비스 이용이 비대면으로 완결되는 점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개인 총 취급건의 90% 이상이 비대면으로 처리됐다.

상황 2 자동차 관리 및 판매 니즈
도전 2 ‘내차 관리’, ‘내차 팔기’

자동차는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주유(전기차는 충전)도 자주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각종 부품을 점검하고 교체해야 한다. 여기에 주차와 세차에 보험까지 챙겨야 할 게 많다.

신한 마이카는 자동차를 사는 플랫폼을 넘어 자동차 관리를 돕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2019년 1월 자동차와 관련된 관리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차량의 주행거리와 연식에 따라 주유, 정비, 보험 등 자동차 관리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혜택을 제공한다.

2019년 7월엔 ‘내차 팔기’ 기능을 탑재했다. 고객들이 내 차 시세조회 서비스를 통해 간단하게 현재 시세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시세를 확인한 후 실제로 차량을 판매하려는 고객은 내 차 팔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 점검, 탁송, 입찰, 경매 등 차량 판매 절차를 전문 대행업체가 맡아서 처리해준다. 출품수수료, 탁송료 등의 수수료 없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돼 고객에게 유리하다.

김수강 부부장은 “신한 마이카는 자동차 관련 플랫폼 중 후발 주자라서 다른 플랫폼들의 장점을 빨리 배워서 더 낫게 만들자는 전략을 선택했다”며 “빠른 실행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 덕분에 플랫폼 업그레이드가 스피디하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사는 신(新)기술’ 마케팅, 금융의 반격


상황 3 플랫폼 경쟁 시대
도전 3 자동차 생활 플랫폼 추구

신한 마이카의 경쟁자는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카드사 및 캐피탈 같은 금융회사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들과의 경쟁이 중심이었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의 성과 기준인 취급액을 기본으로 한 마케팅을 벌였다.

앞으로는 자동차 구매를 넘어 관리와 판매까지 포괄하는 ‘자동차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런 계획에 따라 취급액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의 성과 기준인 트래픽을 새로운 목표로 추가했다. 취급액에 더해 트래픽을 늘리는 마케팅을 병행하기로 했다.

김 부부장은 “자동차를 매개로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가 직접 만나게 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로드맵을 설정해 진행하고 있다”며 “업계 최초로 자동차 판매사원을 위한 다이렉트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고객이 판매사원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게 만든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다른 플레이어들이 언제든 따라올 수 있어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금융회사들이 빅테크와 핀테크의 위협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된 얘기다. 신한 마이카는 이런 위협에 대한 금융의 반격인 셈이다.

신한 마이카는 자동차 사는 신기술이란 카피를 앞세워 고객의 핵심 니즈인 ‘높은 대출한도, 낮은 금리’를 충족시킴으로써 자동차 금융 플랫폼으로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동차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려고 트래픽 확대를 위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마케팅을 선보일 지 주목된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최근 ‘금융혁신’이 이슈이다. “아마존이 은행을 언번들링하고 있다(Amazon is unbundling the bank.)”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금융서비스 분야에 빅테크, 핀테크 기업의 진출이 매우 활발하다.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금융산업의 탈중앙화(De-fi) 가능성까지 논의될 정도로 금융산업은 이제 그 어느 산업보다도 혁신적인 산업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다. 대형 마트로 유명한 월마트가 벤처캐피털 업체 리빗캐피털과 손잡고 올해 초 핀테크 스타트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에만 약 5000개의 지점을 보유한 월마트가 자사의 직원과 고객을 활용하여 어떤 금융서비스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업계의 관심이 크다. 재미있는 것은 이 과정에서 월마트가 골드만삭스의 소비자금융 사업인 ‘마커스(Marcus)’를 책임지던 두 임원을 새롭게 영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존 주요 금융회사의 핵심 인력이 이미 핀테크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반대로 핵심 임원을 빼앗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우버(Uber)에서 핀테크, 보험, 지급 관련 업무를 책임지던 임원을 스카웃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기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빅테크 기업간의 경계 없는 인재 영입 경쟁이 활발하다.

새로운 금융혁신으로 인해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의 금융마케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실 과거 금융산업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규제 중심 산업이었다. 일부 주요 은행의 경우 영업점 창구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소비자들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까마득하게 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최근 국내에도 마이데이터 사업, 마이페이먼트 사업 등으로 인해 ‘오픈 파이낸스(Open Finance)’로의 이동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금융회사 역시 IT 기업처럼 발빠르게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고 새로운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지 금융서비스 자체를 잘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금융서비스를 얼마나 더 편리하게, 더 싸게, 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느냐에 향후 성패가 달려있다.

신한 마이카 역시 기존의 자동차금융과는 다른 방식의 마케팅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지 자동차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내차 관리, 내차 팔기와 같이 자동차 생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노력은 디지털 금융혁신을 잘 이해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빅테크, 핀테크 회사가 강력한 이유는 그들이 단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전달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진짜 강력한 이유는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기존의 금융회사보다 더 잘 활용할 줄 안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기존의 금융회사들도 단지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선제적으로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고객의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다.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은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이 플랫폼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시장을 말한다. 양면시장 연구의 대표적 학자인 장 티롤이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양면시장의 예는 매우 다양하다. 공항(항공사와 승객), 신용카드 회사(가맹점과 고객), 부동산중개소(매수자와 매도자), 신문(독자와 광고주), 주식시장(투자자와 기업) 등 수없이 많다.

양면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일단 플랫폼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서로 다른 집단이 있으면 양면시장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성(indirect network externality)’ 또는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cross network externality)’이 존재해야 한다.

외부성(externality)이란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게 영향을 미치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이나 가격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직접적 네트워크 외부성은 같은 집단에 속한 이용자 간에 존재하는 외부성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 기존 이용자들은 더 많은 사람과의 통신 기회를 갖게 돼 편익이 증대된다.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성은 다른 집단에 속한 이용자 간에 존재하는 외부성이다.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 수가 늘면 그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신한 마이카가 추구하는 자동차 생활 플랫폼은 전형적인 양면시장이다. 자동차를 매개로 다수의 공급자(판매자)와 다수의 소비자가 만나게 하려 하고 있다.

양면시장에서 플랫폼 운영자는 한 쪽 집단에게는 낮은 가격을 부과해 플랫폼 참여를 유인하고, 다른 쪽 집단에게는 높은 가격을 부과해 추가 이윤을 얻는 가격책정 방식을 사용한다. 티롤은 이를 ‘시소 원리’라고 정의했다.

신한 마이카는 공급자에게 높은 가격을 부과하려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운영자 덕분에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신한 마이카의 플랫폼이 다른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편리하게 이용을 할 수 있거나, 진입장벽이 낮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공급자나 소비자는 다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신한 마이카가 다른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이용자(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마케터는 신한 마이카라는 양면시장에 있는 이용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상이 무엇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마케터의 책무가 막중함을 느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신한 마이카 사례는 빅테크에 대한 반격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빅테크의 독주(?)를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견제와 균형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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