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피에 펜 찍어 썼다"…장관 지명 후 각종 의혹 해명
조국, 회고록서 尹비판…"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 인식"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고강도 표적수사를 통해 압박해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다음 달 1일 출간을 앞둔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에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소회와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윤 전 총장과 검찰을 향한 비판이 담겨있다.

그는 370여쪽이나 되는 회고록 서문에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다"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수구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였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은 사표를 낸 지난 3월 4일부터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됐지만, 그전에는 과연 자신을 검찰총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을까"라고 물음표를 달았다.

그러면서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계속되는 어느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돌아보면서 "울산사건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회 등장한다"며 "공소장에 드러난 수사·기소의 의도와 목적은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4·15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승리하면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아준 것"라고 추론했다.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에 발탁할 때 청와대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갈렸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등 다수는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 등의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이 임명된 후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요구했다고도 폭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는 사실이다.

나는 이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며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동훈은 당시 가지 못했던 자리 또는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라고 했다.

조국, 회고록서 尹비판…"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 인식"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린 직후 시작된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2019년 9월 9일 청와대 장관 임명식 직후 문 대통령에게 "검찰 수사와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다.

아무래도 오래 장관직에 있지 못할 것 같다.

미리 후임자를 생각해두시는 것이 좋겠다.

재임하는 동안 최대한 속도를 내서 개혁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자신과 가족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장관 낙마를 목적으로 한 '표적 수사'였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윤 총장 측이 압수수색 전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연락해 사모펀드를 이후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했다"며 "나의 대학 1년 후배인 조남관 검사장 등이 그즈음 나에게 연락해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 아내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 웅동학원 비리 의혹 ▲ 딸 조민 씨의 고교생 인턴 관련 의혹 등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8가지 의혹들에 대한 언론 보도와 친여권 인사들의 글·저서 등을 인용하며 상세히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말 '검찰개혁 촛불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에게는 "시민의 신성한 분노"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 공화국이 아니라 공화국의 검찰이다"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