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헬리베붕탄질…' 화학 수업에서 주기율표의 순서대로 원소들의 기호를 외우는 흔한 방법이다.

'-륨, -듐, -늄' 등으로 끝나는 원소 이름들은 끝말잇기의 '금지어'이기도 하다.

이처럼 친숙한 듯하지만, 낯설고 어려운 주기율표의 118개 원소에 이름이 붙은 유래를 설명한 책 '원소의 이름'(윌북 펴냄)이 번역 출간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피터 위더스가 쓴 이 책에선 원소 이름의 기원을 둘러싸고 신화와 종교, 기호학, 역사, 천문학, 광물학 등 다양한 지식이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서양에서는 가장 오래전부터 알려진 원소들은 금속으로 천체와 연관됐다고 간주했다.

천동설을 믿었던 당시 천문학자들은 행성으로 태양과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는 고대에 알려진 금속이 7가지였다는 것과 연관된다.

태양에 해당하는 금속을 금이라고 여겼으며 이어 달-은, 화성-철, 수성-수은, 토성-납, 목성-주석, 금성-구리 등으로 상응시켰다.

오늘날 금의 화학 기호 'Au'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에서 유래했지만, 연금술사들은 금과 태양을 나타내는 기호로 완벽한 기하학 도형인 원을 사용했다.

그들은 금을 완벽한 금속으로 간주했고, 나머지 금속은 모두 땅속에서 서서히 성숙해가는 단계를 거쳐 마침내 완벽한 경지인 금에 이른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태양과 금 사이의 연관성은 헬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헬륨은 1868년 태양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유일하게 지구 밖에서 처음 발견된 원소인 헬륨은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헬리오스에서 그 이름을 땄다.

지구에서 헬륨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을 때 헬륨은 금속이 아니라 비활성 기체로 밝혀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금속이 아닌 원소 중에서 '-윰(-ium)'이란 접미사가 붙은 원소는 헬륨뿐이라고 한다.

고대부터 알려진 금속 가운데 지금도 그에 대응하는 행성, 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것은 수은뿐이다.

수은과 수성, 로마 신화의 상업의 신은 모두 영어로 머큐리(mercury)다.

수은의 화학 기호 'Hg'는 은수(銀水)를 뜻하는 그리스어 히드라기로스를 현대적인 라틴어로 옮긴 히드라기룸에서 유래했다.

금속의 이름에는 광부들이 관련된 사연들이 있다.

근대 이전의 광산은 독성이 있는 광물과 유독 기체들이 가득해 광부들에게는 지옥과 비슷했다.

19세기 언어학자인 그림 형제는 민담을 수집하며 니켈의 어원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설을 유행시켰다.

코발트 원소도 독일어로 악마를 뜻하는 단어 코볼트에서 온 것으로 저자는 추측한다.

책은 주기율표가 118개 원소 체제를 완성하게 된 2016년 11월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이 승인한 합성된 원소 4종(니호늄, 모스코븀, 테네신, 오가네손)까지 다룬다.

현재로서는 주기율표의 마지막 원소이자 비활성 기체 가족인 18족의 마지막 원소 118번 원소에는 '오가네손'이란 이름이 붙었다.

원소 기호는 'Og'로 초중원소의 합성에 선구적 업적을 세운 러시아 과학자 유리 오가네시안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충호 옮김. 464쪽. 1만8천 원.
주기율표에 담긴 신비한 이야기들…'원소의 이름' 출간
/연합뉴스